[매일일보 송영택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로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특검의 구형 논고는 △부실 수사 △직접증거 없음 △자유시장과 기업에 대한 몰이해 △선입견과 편견에 함몰 △헌법 원칙 무시 등을 자인하는 ‘자기 고백서’라는 심증을 갖게 한다.
특검은 “우리나라 GDP의 18%를 차지하고 있는 1등 기업 삼성그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기보다는, 그룹 총수만을 위한 기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고 소회했다. 이는 GDP가 한 국가에서 생산한 부가가치의 총합이라는 개념을 모르면서 삼성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의 통계를 단순 인용한 것이며, 주식회사(기업)는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경영활동을 하고, 그 과정에서 근로자와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경제에 대한 기초지식조차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또 특검은 “삼성으로서는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런 와병으로 인해,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와 삼성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의 안정적 확보는 시급한 지상과제가 됐다”고 단정했다. 특검은 명백한 직접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경영승계 작업’에 돌입한 이재용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세 차례 독대 자리에서 부정청탁과 뇌물수수에 대한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추정했다.
‘경영승계 작업’이라는 가공의 틀을 세운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코스피 상장’ 등 삼성그룹 각 계열사들의 현안 문제해결을 위한 업무 담당자들의 일상적인 경영활동 모두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 일환으로 몰아가는 편협함을 보였다.
특히 특검은 미르재단, 케이스포츠재단, 영재센터 등의 지원금에 대해 제3자뇌물수수죄를 적용한 것과 달리 승마지원에 대해서는 최서원(최순실)이 적극 가담했다는 이유로 단순뇌물수뢰죄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뇌물의 귀속 주체와 상관없이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공동정범이라면 단순수뢰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특검만의 특별한 견해로써 이는 형법상 취지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구체적인 선례가 있으면 제출하라는 요구에 특검은 제출하지 못했다.
또 직접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특검은 직접증거와 간접증거는 사실인정의 증거로써 차이가 없다는 자유심증주의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 주장도 합리적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명백한 증명이 필요하고, 그 하나하나의 간접사실이 상호모순, 저촉이 없어야 함은 물론 논리와 경험법칙, 과학법칙에 의해 뒷받침돼야 한다는 변론에 설득력을 잃었다.
변호인은 특검이 이 사건에 대해 영장청구부터 “증거가 차고도 넘친다.” “에버랜드 사건에서부터 이어져온, 삼성의 편법승계에 대해 종지부를 찍는 사건” 등의 의미 부여에 “대한민국헌법 제27조 제4항이 선언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소송법 제307조가 선언하고 있는 증거재판주의 원칙이 훼손되는 것에 대한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재판부가 다가오는 선고 공판에서 선동에 의해 조성된 여론과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다 현명한 판결을 내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