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이명박의 주가조작 등 범죄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됨에 따라 이명박 후보의 BBK관련 특별검사의 수사가 법적절차에 따라 이뤄질 전망이다.
신당 윤호중 의원의 제안설명에 이어 수정안 설명에 나선 김종률 의원은 "이 나라의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고 법치주의.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찬성토론에 나선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특검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아직까지 (후보직을)사퇴하지 않고 있다"면서 "(특검은)국민의 승리를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 법사위는 이날 낮 12시까지 특검법안 심사를 마쳤어야 했으나, 신당 의원들이 불참해 법안 심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안상수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신당의 특검법안에 대해 "정략적으로 만든 졸속 법안으로 독소조항이 많다"고 비판했다. 신당은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특검 수용발표는 전형적인 시간끌기 술책"이라며 이날 중 특검법 처리의사를 재확인했다.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의 재수사 지휘권 발동의 경우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지만, 대신 국회에서 특검법이 통과되면 특별검사를 수용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국회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날 표결에 참석하지 않기로 해 전원 불참했다.
靑 "특검법안 수용 예정, 다음주 국무회의서 의결"청와대는 17일 국회를 통과한 'BBK 특검법'을 수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노무현 대통령은 오늘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을 수용할 예정"이라며 "이번 특검을 통해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고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BBK특검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며 "내일 국무회의에 당장 올리지는 않고, 26일께 열릴 예정인 국무회의에서 특검법안을 의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특검법을 수용키로 한 배경에 대해 "검찰 수사가 맞으면 맞는대로, 틀리면 틀린대로 검찰을 위해서도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을 위해서도 특검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BBK 특검법은 오후 5시20분께 정부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이명박, 대선 후보 아닌 범죄 피의자"
정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 성남 종합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그동안 BBK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해온 이명박 후보가 자신 스스로 BBK를 설립했다고 말한 동영상이 공개됐다"며 "국가 지도자가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해왔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 후보는 "조금전 국회에서 이명박 특검법이 통과됐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거짓말이 밝혀진 상황에서 제발 (이 후보로부터) 미안하다, 잘못했다는 소리를 한 번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영국의 유력한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즈가 최근 '한국이 낡은 스타일의 지도자와 함께 과거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를 하는 등 세계의 언론이 이 후보 당선을 우려하고 있다"며 "세계가 우려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자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예로 든 정 후보는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버려서는 안되는 것이 신용이요 신뢰라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라며 "이 후보는 부패하고 신뢰할 수 없는 지도자"라고 공세를 가했다.
정 후보는 이어 미국 닉슨 전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거론한 뒤 "이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도 이제 나라를 걱정해야 한다"면서 "또다시 선거를 치르는 일이 없으려면 내일 모레 이 후보를 정리하고 미래로 가야 한다"고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또 그는 이 후보를 태국의 탁신 총리와 이태리 베를로스코니 총리와 비교하며 "확고한 철학과 신용 없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섰던 탁신과 베를로스코니는 공교롭게도 모두 불명예 도중하차했다"면서 "이 후보가 제2의 탁신, 제2의 베를로스코니가 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겠냐"고 강조했다.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서 정후보는 "문국현 이인제 후보와 공동정부를 만들자고 제안했으며 특히 이명박 후보를 막기 위해서는 이회창 후보와도 연계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국가의 위태로움을 막기위해서 누구와도 협력할수 있다"고 말했다.
진보ㆍ보수단체, 李 후보 사퇴 촉구 잇따라
한편 대선을 2일 앞둔 17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는 요지의 강연 동영상이 공개된 가운데 진보ㆍ보수를 막론하고 시민사회 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명박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렸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ㆍ종교 원로들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의 거짓말은 정도를 넘어섰다"며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이 후보는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로들은 또 "대한민국이 거짓말 공화국이 되지 않도록 국민들은 민주개혁 진영을 중심으로 가장 가능성 있는 후보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정동영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명박 후보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도 이 후보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국진보연대는 이날 오전 한나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이 후보가 BBK 설립자라는 결정적 증거가 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며 "결국 이 후보가 '오보', '혼선'이라고 주장했던 BBK 실소유주 관련 당시 인터뷰들이 모두 거짓말로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진보연대는 "이제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될 능력이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가'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 후보는 국민들을 기만하며 거짓말을 일관했던 그동안의 과업들에 책임을 지고 후보직에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단체들도 이날 오후 한나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BK뿐 아니라 탈세, 위장고용, 위장전입 등 수많은 의혹들을 낳고 있는 이 후보는 이미 대통령이 될 자격을 상실한 지 오래"라며 정통 보수 후보인 이회창 후보의 지지를 선언했다. 보수단체들은 또 이회창 후보를 중심으로 '이회창-박근혜-문국현-이인제 연대'를 호소하며, "확고한 국가관과 안보관을 지닌 이회창 후보야말로 대한민국을 세울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날 결의문을 발표하고 "이명박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펼쳐왔다"며 "향후 이 후보에게 면죄부를 준 검찰을 규탄하고 이 후보의 책임을 묻기 위한 범국민적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한, 특검법 위헌성 절차부당성 '부각'
'이명박 BBK 특검법안'이 17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향후 한나라당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날 이명박 후보의 BBK 특검 전격 수용으로 여야 간 마찰없이 특검법안은 통과됐지만 한나라당이 특검법안의 직권상정 과정과 특검법안의 조항에 대한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
일단 한나라당은 이날 통과된 이명박 BBK 특검법안의 내용에 위헌.위법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과 국회법 절차 규정에 위배된다는 점 등을 들어 특검법안을 비판하고 있다. 대법원장이 특검을 임명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는 3권 분립 정신에도 어긋나고 기소 독점주의 등 검찰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특검법안을 상정하는 증거와 관련해서는 범죄자의 입만을 증거로 했으므로 특검법의 발의요건도 충족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법사위에서의 협상 시한인 이날 12시까지 신당이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았으므로 직권상정 요건도 충족하지 않는 등 국회법 절차 규정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특검 법안에 원칙적으로 찬성했지만 특검법안의 절차와 내용의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면서 신당과 국회의장, 노무현 대통령과의 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신당을 향해서는 "신당의 일방적인 특검법안 통과는 못 먹는 밥에 재나 뿌리겠다는 심보"라며 유력 대선주자를 시셈하는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지지층을 확고히 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나경원 대변인은 특검법안 통과 직후 논평을 내고 "특검법안은 원천무효이며 의회민주주의를 실종시킨 폭거"라며 "말도 되지 않는 법을 만들어 의회를 다수당의 폭거로 좌우한 오늘은 의회가 실종되고 의회민주주의의가 파탄난 날"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당은 민주주의를 이렇게 유린하고 짓밟은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며 "이제 국민이 나서 극악무도한 집단으로부터 이명박 후보를 꼭 지켜주시리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법사위 심의 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직권상정을 하게 한 임채정 국회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하고 있다. 나경원 대변인은 "국회의장은 더 이상 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앞장서서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한 임채정 국회의장은 즉각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의 요건에 해당이 안되는데 직권상정을 한 데다 스스로 하지 않고 부의장에게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국회의장은 의사 일정을 편파적으로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불법적으로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신당 의원들은 묵인하더니 어제 한나라당 당원들이 국회에 들어온 것에 대해서만 고발하겠다고 한다"며 "또 한나라당이 점거하고 있을 때는 전기 절단기까지 동원하기도 했다. 국회의장은 편파적인 질서유지를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당초 직권상정 시 직권상정의 요건과 과정의 부당성을 놓고 헌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하려 했던 한나라당은 일단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묻는 것은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대선까지 남아 있는 시간이 적은데다 헌법재판소에 회부돼 결론이 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제 대통령 선거일까지 남은 기간은 이틀, 한나라당은 일단 대선까지의 시간표를 만들어 놓고, 특검법안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대선 후 특별검사가 꾸려지고 본격 활동하기까지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미지수다.
李 "BBK 동영상, 일부 부정확한 표현 있었던 것 뿐"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는 17일 BBK 동영상과 관련 "동영상에 나온 내용은 당시 신금융사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정확한 표현이 있었던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선거 방송에 앞서 배포한 연설문에서 2000년 10월17일 광운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 특강에서 "내가 요즘 한국에 돌아와서 인터넷 금융회사를 창립했는데 금년 1월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한 데 대해 이같이 해명한 것.
그는 "강연 전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BBK가 김경준이 설립한 것임을 명확히 한 바 있다"면서 "이 부분은 검찰도 이미 수사했던 내용으로 수사결과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어제 다시 확인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제 특검을 수용했다"며 "음해와 공작, 물리적 충돌로 얼룩진 여의도 정치를 이제는 바꿔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 여름 내가 일본인이라는 거짓말을 바로잡기 위해 DNA 세포를 떼어내 주던 바로 그 심정으로 정략적 특검인 줄 뻔히 알면서도 수용했다"며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과 여러분의 운명이 크게 달라진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여러분의 한 표로 나를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