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찰 굴욕, 국민을 ‘사냥감’으로 보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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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찰 굴욕, 국민을 ‘사냥감’으로 보는건가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8.08.08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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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VS 경찰 ‘8월 대충돌’ 속사정> 본업 팽개친 경찰, ‘민중의 몽둥이’로 둔갑해 촛불시위대 인권 유린

대한민국 경찰 맞아? 갑호비상 체제로 ‘미국 수장 지키기’
‘핏빛 물대포’로 국민 가슴에 죄인 낙인찍어 ‘포상금 받기’

[매일일보닷컴] 한동안 잠잠해진 듯 보였던 서울 종로일대가 지난 5일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방한과 함께 또 다시 ‘쑥대밭’이 됐다. ‘촛불물결’을 이루는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양측의 부상자가 속출하고 많은 수의 시민들이 경찰에 연행됐지만 여론은 자신을 주도, 거리로 나선 시민을 질타하기는커녕 정부와 경찰 등 관계당국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분위기다.

경찰은 부시 대통령 방한 당시 이른바 ‘촛빠’들을 진압하기 위해 일선 경찰서의 모든 가용 경찰력을 전원 동원하는 ‘갑호비상’ 근무체제를 가동, 200여개 중대 2만4천여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촛불시위대에 최대병력으로 맞선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는 것은 물론, 지난 5월 31일 연행된 228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인 167명을 강제로 연행했다.

특히 경찰은 이날 물포와 휴대용 살수 분사기에 붉은색 색소를 섞어 옷에 색소가 묻은 시위자들을 골라 연행하는 등 마치 시민들이 죄인인양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겨 넣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게다가 서울경찰청은 ‘경찰관이 검거한 불법시위사범이 구속되면 해당 경찰에게 5만원, 불구속이나 훈방의 경우 2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빚는 등 국민을 경찰사냥꾼의 ‘먹잇감’으로 전락시키기는 오명을 남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각종 범죄 등에서 보호해야 할 경찰이 본업은 뒷전으로 팽개쳐 둔 채 ‘국민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각 정당과 민주노총,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정부정책 비판에 나섰고, 다음 아고라를 중심으로 현 정부 정책에 대한 서슬퍼런 반기를 들고 있던 촛불민심 역시 더욱 날카로워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美 대통령 방한으로 국민 갈등 ‘재점화’

부시 대통령의 방한으로 지난 몇 달간 미국산 쇠고기 파문으로 ‘홍역’을 치렀던 한국 사회는 다시 한 번 심한 ‘몸살’을 앓았다.

서울을 비롯한 부산, 광주, 대구, 울산 등 전국 대도시에서는 하루 종일 부시 대통령 방한 찬반 기자회견과 집회가 이어졌으며 서울의 주요 도심은 그야말로 ‘전투태세’에 돌입한 전장분위기였다.

경찰은 부시 대통령 방한 하루 전부터 전경 버스 수 십대를 동원해 미국 대사관 보호에 나섰고, 대사관 근처에는 경찰 특공대 장갑차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또 부시 대통령이 머물렀던 하얏트호텔 반경 1㎞에는 청와대 경호요원과 경찰특공대,군부대 등 3중 경호막이 쳐졌으며, 호텔 바로 앞에는 기습시위에 대비한 살수차까지 배치됐다. 

용산 미군 부대 쪽에도 경찰이 집중 배치됐고, 오후부터는 세종로 네거리와 서울시청, 청계광장 옆에도 차벽이 설치됐다. 또 경찰은 갑호비상령을 내리는 등 모든 병력을 동원해 ‘부시 대통령 지키기’에 나섰다. 이 덕(?)에 지난 5일 열린 제90차 촛불집회는 ‘삼엄한 경계’, ‘시민사냥 포상금제도’, ‘주홍글씨 낙인’ 속에서 치러졌다.

이와 관련 광우병국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지난 6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시 미대통령이 도착한 순간부터 대한민국은 경찰폭력이 난무하는 무법천지가 됐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회의는 또 “국민을 섬기겠다던 현 정부가 국민에 대한 인간사냥을 자행하며 상금까지 걸어 놓고 국민을 경품으로 전락시켰다”며 “이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은 때려야할 대상, 경찰의 사냥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예”라고 힐난했다.

부시 대통령의 방한 둘째 날인 6일에도 서울시청과 종로 일대의 풍경은 전날과 비슷했다. 시청역 역사 곳곳에는 방패를 든 전경이 수십 명씩 대오를 맞춰 서있었고, 지상으로 올라온 시청광장 주변 도로 역시 전경버스로 차벽이 둘러 세워져 있었다. 십여 명씩 조를 이뤄 순찰을 돌고 있는 전경들은 도심 ‘철통경비’ 삼매경에 빠져 있는 듯했다.

그러나 그간 촛불민심의 ‘메카’가 돼 온 종로 일대에 수많은 전경들이 배치돼 있는 광경은 이상할 일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2만4천여명에 달하는 경찰의 갑호비상령은 부시 대통령이 입국하는 5일 오전 9시부터 6일 자정까지 발효돼 있었기 때문이다.

‘굴욕역사’ 기록중인 대한민국 경찰(?)

▲ 부시 미 대통령이 방한 중인 지난 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부시 미 대통령 방한과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를 주장하는 촛불 시위 참석자들이 경찰과 대치중인 가운데 경찰측이 색소가 들어간 살수총을 쏘고 있다.
하지만 철통경비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 방한 기간 중 서로 다른 목소리를 지닌 진보와 보수의 대립 집회는 계속됐다.

방한 첫날인 5일 경찰은 붉은 색소를 섞은 물대포와 살수총을 사용해 검거위주의 진압을 시도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지난 6일 ‘국민사냥에 나선 이명박 독재정부, 또 한 페이지의 굴욕 역사를 쓰고 말았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경찰은 인도에 선 시민인지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시민인지 구분하지 않고 ‘연행’에만 열을 올렸다”면서 “그러나 보수우익종교단체의 친미집회에는 편의까지 제공해가며 보호하는 등 대조를 보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같은 날 시청광장에서 잇따라 열린 보수단체의 집회에는 편안히 앉아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의자까지 준비됐다.
반면 부시 방한 반대 및 한ㆍ미동맹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시위를 벌인 진보단체들에게 돌아온 것은 가슴에 붉은색 색소 낙인이 찍힌 167명의 강제연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는 6일 새벽까지 종로~을지로~충무로~명동 등으로 이동하며 산발적인 거리시위를 벌였다.

여론이 무서워? ‘촛불포상’ 결국 백지화

이 과정에서 서울지방경찰청은 불법시위사범을 검거한 경찰관에게 포상금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가 여론의 질타로 인해 ‘포상금’ 대신 ‘마일리지’에 의해 상품권을 제공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한 바 있다. 게다가 경찰청이 밝힌 이 포상계획의 가용범위는 촛불시위가 한창 불붙기 시작한 5월부터 소급적용 될 것으로 알려져 촛불시위대를 염두에 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5일 집회현장에서의 경찰들은 용돈벌이(?)를 위해 -혹자의 표현대로- ‘먹이사냥’에 열을 올렸다. 경찰들은 시위자가 그저‘연행’만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속’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경찰에 조금이라도 저항하는 기색을 보이면 표적으로 삼아 집중적으로 사진∙동영상 등을 촬영하고, 색소가 섞인 물대포를 발사해 끝까지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에서 부시 미 대통령 방한과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를 주장하는 촛불 시위가 열린 가운데 한 집회 참가자가 연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도망친 시위 참가자를 잡기 위해 인근에서 영업 중이던 화장품 가게에 뛰어들어 업주로부터 원성을 사기도 했으며, 주위에 있던 일반 시민들까지 군중 속으로 밀리고, 넘어지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렇게 이날 연행된 집회 참가자는 총 167명으로 이전 집회에서 연행자가 아예 없거나 20~30여명에 그쳤던 것을 감안할 때 160명이 넘는 연행자 수는 포상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지기에 충분하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부시정권과 이명박 독재권력이 앗아간 건강주권과 검역주권의 회복을 요구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나선 시민 160여명을 강제연행 한 경찰의 초강경 진압에 치가 떨린다. 이명박 정부는 또 한 페이지의 부끄러운 굴욕의 역사를 쓰고 말았다”면서 “국민의 혈세로 국민의 목에 현상금을 건 이 같은 상황은 군부독재시절에도 듣도 보도 못한 풍경”이라고 비난했다.

시민단체들 역시 ‘시위대가 경찰의 포상받기용 경품이냐’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고, 경찰내부에서 조차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서울경찰청은 포상금 대신 점수를 매겨 상품권을 지급키로 했다. 하지만 변경 조치에도 경찰에 대한 비난이 계속되자 지난 7일 별도의 포상제도를 실시하지 않기로 포상계획을 전면 백지화 했다.

전∙의경 제도 과연 필요한가

이런 가운데 ‘촛불집회 진압이 양심에 반한다’는 이유로 근무지를 이탈한 채 전·의경 제도 폐지를 촉구하며 농성을 벌였던 중랑경찰서 소속 이길준(25) 이경에게 결국 구속영장이 청구돼 이에 대한 찬반논란도 예상된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지난 7일 “이 이경이 부대에 복귀한 뒤에도 시위진압 출동 명령을 4차례 거부한 점 등으로 미뤄 재범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1일 부대 복귀를 거부한 이 이경에 대해 전투경찰대설치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사실 전∙의경 제도는 지난 2006년 11월 ‘국방개혁 2020’에 의해 국회에서 폐지키로 결정 났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촛불시위에 대처할 인력이 필요하다는 현 정부와 경찰의 뜻이 맞아떨어져 기존 정책이 수정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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