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 이후 바이오 분야 과잉 규제
[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K바이오가 세계적으로 각국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미래 먹거리’로 부각되는 줄기세포 등의 핵심 기술은 발전이 미흡해 업계전반에서 규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바이오의약품은 생산능력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고 특허 출원 건수만 놓고 봐도 세계 4위에 해당하는 바이오 강국이다. 문제는 기술경쟁력만 봤을 땐 한참 아래의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매해 바이오기술 분야 글로벌 경쟁력 순위를 집계해 발표하는 과학미국월드와이드에 따르면 2009년 15위였던 한국 바이오 기술경쟁력이 2012년 22위로 후퇴한 뒤 10위권 재진입을 못하는 실정이다. 2018년에는 26위를 기록하며 30위권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면서 미래 먹거리로 지정될 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바이오산업분야는 비유동적인 행정을 시행하는 중국마저도 규제를 풀어 적극 완화하는 반면에 한국은 시대에 뒤떨어진 과잉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허청 산하의 특허 빅데이터센터도 국내 바이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급한 과제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정부의 강력한 지원의 필요성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줄기세포 치료제 분야는 세계적인 기준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는데 반해 연 매출과 특허기술 영향력 부문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 세계에는 7개의 줄기세포 치료제가 존재하는 한국 기업이 개발한 제품은 과반이 넘는 4개다. 단 이들 중 유의미한 매출을 올리는 줄기세포 업체는 드물다. 정부가 생명기술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비용 중 7.2%를 줄기세포 분야에 집중한 것에 비해 굉장히 낮은 성과다.
유전자 치료제 분야도 글로벌 임상 4건을 보유할 만큼 성장 잠재력이 있지만 정부 투자가 소극적이라 혁신적인 기술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차병원은 2015년 아시아 최초로 체세포 복제 배아 줄기세포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2005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가 논문조작으로 판명 난 연구다. 배아 줄기세포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차병원의 줄기세포 연구 상당수는 미국에서 진행되는 중이다. 황우석 사태 이후 국내에서 생명윤리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느리고 복잡한 행정 문제도 바이오업계 사이에선 큰 문제로 보고 있다. 마크로젠은 작년 2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됐지만 아직까지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고혈압 뇌졸중 위암 등 13개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집에서도 쉽게 유전자 검사해 볼 수 있는 사업을 계획이지만 승인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명윤리 문제 등을 문제 삼는 의사와 시민단체 등의 반대 때문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바이오 기술력과 인프라는 세계 최정상을 이룩할 정도로 뛰어나지만 이것을 사업화하는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며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시민단체에 치이고 산업 전반에 이해도가 따라주지 않아 투자도 미흡해지다보니 기술경쟁력도 덩달아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빠른 시정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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