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 상황…지금 정부대책만으론 한계”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대한상공회의소가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 극복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지금 정부 대책만으로는 코로나19 극복에 한계가 있다는 진단에서다.
대한상의는 이날 입장문에서 “코로나19로 전대미문의 상황을 맞아 산업계 피해가 전방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가 신속하게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 현장에서 체감하기엔 아직 어려운 게 사실이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로 어려워지는 분위기와 추세를 꺾으려면 추경 규모를 대폭 늘리는 등의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며 “파이프라인(지원창구)에서 금융지원이 제대로 작동 않고 있는데 막힌 부분을 뚫어줘야 한다”고 했다.
◇“전방위 피해지원, 경기회복 위해 추경규모 대폭확대” 요구
대한상의는 “현재 추경안 규모(11조7000억원)로는 산업계에 전방위적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지원하기에 크게 역부족일 뿐 아니라, 멈춰선 경제를 다시 펌핑하는 데 필요한 재정지출 소요분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현재 추경규모인 11조7000억원의 성장률 하락 방어효과는 0.2%p에 불과하며, 2009년 경제위기 때의 추경규모(28조4000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면서 “시장에서 예측되고 있는 1%p 하락 시나리오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국회 논의시 대규모 추경편성을 여야가 합심해 적극 검토·반영해 줄 것”을 주문했다.
◇“피해지원의 현장 실효성 제고” 및 “조업 재개 애로 해결”
대한상의는 중앙정부가 발표한 지원대책이 ‘대출한도 초과’, ‘신용·담보 부족’, ‘매출액 급감 확인 곤란’ 등으로 적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지자체가 금융지원대책을 내놓았는데 지역신용보증재단 창구에서 개인보증을 요구한 사례까지 있었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일선창구에서는 비상 상황이라는 인식이 부족해 기존의 복잡한 절차와 엄격한 요건을 그대로 답습하는 사례가 있다”면서 △코로나 피해기업 지원결과에 대한 금융감독상 불이익 면제 △제1금융 소외기업 지원책 마련 △금융보증여력 확대 위한 신보·기보 추가 출연 △적극행정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공무원에 대한 감사원의 소극행정 감사원칙 확립·시행 등을 요청했다.
조업재개 관련애로도 지적되었다. 대한상의는 “근로자의 자가격리 등 결원이 발생하거나 시설폐쇄 후 조업(영업)을 재개할 때 주 52시간제에 맞춰 작업량을 소화하기 힘들다는 기업이 많다”며 “이들 기업에 대해선 특별연장근로를 적극 인가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사태 종료 후 업무 정상화 위한 업무량 폭증에 대비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해 달라고 덧붙였다.
◇“중견기업으로 지원 확대” 및 “업종별 맞춤 대책” 시행
대한상의는 “피해가 전방위적으로 발생하면서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전방위적인 충분한 지원’을 주문했다.
우선 대구·경북지역 등을 중심으로 ‘중견기업’들도 확진자 발생에 따른 사업장 폐쇄, 원자재 수급차질, 수출애로 등의 직접 피해와 함께 모기업의 조업 중단에 따른 연쇄중단애로까지 겪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을 졸업했다는 이유로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
업종별 상황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 피해에 기존 규제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경우 다중이용시설 기피 현상 때문에 매장 방문객이 급감하는 대신 생필품을 중심으로 온라인 주문이 급증하고 있지만 대형마트들은 월 2회 의무휴업일과 영업금지 시간(오전 0~10시)에는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없다. 반면 점포 내방객이 급감했음에도 교통유발부담금은 전년도 기준으로 납부해야 한다.
‘항공업계’도 입국제한 등의 조치로 피해가 심각한 업종이다. 국제선 운휴 등에 따른 매출 피해만 상반기 기준으로 5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미·중·EU처럼 ‘사업용 항공기에 대한 취득세·재산세 면제’를 요청했다.
‘해운업계’는 해외의 입국규제 강화 때문에 수출 취소·지연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컨테이너의 터미널 보관료와 리스료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항만당국의 항만임대료 부담인하를 통한 보관·리스료 인하를 주문하는 한편 현재 국세청의 세정 지원 대상이 관광·여객운송업에 한정돼 있다면서 해운물류기업 포함을 요청했다.
‘건설업계’는 대구·경북지역 공공 건설현장 공사의 일시적 중지가 빈번해지면서 공기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발생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공사기간 연장 및 간접비(도급·하도급 건설사에 대한 간접노무비 등) 설계 변경을 요청했다.
‘정유화학업계’는 확진환자가 발생할 경우 가이드라인대로 시설폐쇄할 경우 급격폐쇄에 따른 화재·폭발 우려가 있다. 안전폐쇄에는 최소 4일이 소요돼 방역 실효성이 낮다. 이와 관련해 조정실, 실험실 등 필수가동시설의 경우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방역복 등 추가방역 조치를 전제로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업종별 건의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기준금리 인하”, “임시공휴일 지정”, “임투세 한시 부활” 등
대한상의는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경제와 민생이 매우 피폐해진 상태라고 지적하고, 감염 확산세가 꺾이는 상황을 보아가며 최대한 신속하고 경제가 정상성장경로로 복귀할 수 있도록 과감한 대책을 펴줄 것을 주문했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상의는 “미국도 연준금리를 0.5%p 대폭 인하한 상황에서도 금리 인하를 하지 않으면 시장에 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 의지와 시그널을 주지 못하게 된다”면서 조속한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시공휴일 지정’ 건의도 나왔다. 상의는 “올해 휴일은 지난해보다 이틀 적은 115일로 최근 5년래 가장 적다”며 “연휴를 만들 수 있는 평일을 택해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정부가 이미 내놓은 내수 부양책들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의는 다만 “이 사안은 코로나19 진정 상황을 보아가며 판단할 문제”라고 전제했다.
2011년 일몰된 임투세(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부활시키자는 내용도 있었다. 상의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업투자 위축세가 심화된 상태”라며 “전체 사업용설비 투자에 대해 대·중소기업 공통으로 10%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해 주는 임투세 제도를 향후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건의했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서비스산업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건의문은 대표적으로 ‘감염병 대응에 효과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원격의료 확대’와 ‘재난 대응 등 공익 목적의 데이터 활용 확대’, ‘서비스산업발전법 입법·시행’ 등을 주문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코로나19 대책반장(상근부회장)은 “코로나의 경제적 충격이 매우 광범위하고, 심각하며, 장기화되고 있다”면서 “기업의 경영난 극복에 대한 신속·최대 지원과 함께 멈춰선 경제가 다시 힘차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한은은 금리인하, 정부는 임투세 부활, 그리고 국회는 추경 확대 등 과감한 조치에 나설 때”라며 각계 대응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