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증경대표회장단 “김현성 직무대행 즉각 사퇴하라”
김현성 직무대행 근거 제시하며 반박 “적법 절차 밟는 중”
정상화 과정 적법하지만 속도감 떨어져 부작용 나와
[매일일보 송상원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직무대행 김현성 변호사, 이하 한기총) 사태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혼란해지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연지동 여전도회관에서는 홍재철 목사, 길자연 목사, 이용규 목사 등 증경대표회장단을 중심으로 한 이들이 모여 김현성 직무대행을 규탄하며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20명이 넘는 인사들이 모였고 면직된 직전 사무총장 박중선 목사도 이들과 함께 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교단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현직 총회장이 아닌 오래 전에 활동하던 구세대 인사들이었다.
이로써 한기총은 김현성 직무대행에 호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엄기호 목사 및 김정환 목사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와 직무대행에 대해 반기를 든 ‘김창수 목사 및 배진구 목사를 중심으로 한 또 다른 비상대책위원회’ 및 ‘홍재철 목사 중심의 증경대표회장단 세력’이 주도권 다툼을 하는 모습이다.
증경대표회장단 “직무대행 대책 없이 5개월 허비, 한기총 퇴보”
지난 9일 홍재철 목사를 중심으로 모인 이들은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증경대표회장, 명예회장, 교단장 및 단체장 모임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김현성 직무대행은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어떤 노력도 없이 5개월이라는 소중한 시간들을 대책 없이 허비함으로써 한기총을 정상화가 아닌 비정상화로, 성장이 아닌 심각한 퇴보의 길로 역행시켰다”면서 “직무대행으로서 대표회장의 자리에 앉아 특별한 사유 없이 총회를 미루고 있는 것은 심각한 업무방해이며 직무유기임이 명백하다. 이에 한기총은 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기에 우리 증경대표회장과 명예회장 및 교단장, 단체장들이 모임을 갖고 김현성 직무대행이 지금껏 한기총의 문제들을 방임한 책임을 묻고 동시에 김현성 직무대행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한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직무대행의 역할이 총회를 열고 정상화하도록 돕는 것임을 강조하며 “직무대행이 재판부로부터 임명을 받았을 때 한기총에 와서 업무를 즉각적으로 챙겼어야 마땅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임원임명 운운한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김현성 직무대행의 일방적인 지시나 독단적인 운영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김현성 직무대행의 해임을 요구하는 법적 조치를 할 것을 선언했고, 결의문을 지지하는 인사들의 서명을 받기로 했다.
김현성 직무대행 “신속함보다 적법한 총회 개최 중요”
이들의 주장에 대해 김현성 직무대행은 어떤 입장인지 물었다. 김현성 직무대행은 “그동안 한기총의 정관 및 관계규정 검토, 임원 등을 역임한 이해관계인들과 면담(회의, 대면, 통화, 문자 등)을 통한 다양한 의견청취, 법원과 법적 문제 협의, 코로나 방역당국과의 협의 등을 하면서 총회개최를 위한 준비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대책 없이 시간을 허비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이미 2021년 1월 19일자 공문을 통해 현 단계에서의 총회개최는 정부의 방역지침 위반이기에 연기한다고 사유를 명백히 밝혔다”면서 “신속한 총회개최도 중요하지만 적법한 개최가 더욱 중요하다. 2020년 1월 30일 정기총회 결의가 중대한 하자로 인해 적법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전광훈 목사의 직무가 정지되고 직무대행이 파견되어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성 직무대행은 적법한 총회 개최를 위해서는 임원회 등을 개최한 후 구체적인 준비절차를 거쳐야 함과 방역당국으로부터 방역지침 위반이 아니라는 확인을 받아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두 요건이 충족되는 즉시 총회 개최를 위한 구체적 절차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한기총의 임원이 누구이고 몇 명인지 법적으로 불명확한 상황임을 지적하며 이에 대해 법원의 공식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면 직무대행은 결정 취지대로 임원을 확정하고 절차에 따라 총회를 개최하겠다고 했다.
“박중선 사무총장 공금 횡령 범행 적발 면직”
김현성 직무대행은 직전 사무총장 박중선 목사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모습도 보였다.
직무대행은 “한기총 이해관계인들과 면담 결과, 절대 다수가 한기총의 정상화에 걸림돌로 당시 사무총장을 지목했는데, 직무대행에 비협조(방해)하며 한기총 통장의 현금카드 반납을 거부하던 사무총장이 통장의 공금을 횡령하는 범행을 저질렀고, 발견 즉시 사무총장을 면직했다”면서 “한기총의 절대다수 구성원들이 사무총장 면직결정에 대해 환호, 격려, 지지해주었으나 당사자인 사무총장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하는 등 반발했다. 그러나 2021년 2월 9일 노동위원회로부터 사무총장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각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가처분신청 사건은 현재 법원에서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직무대행은 증경대표회장단의 지적과 달리 자신이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독단적으로 운영한 사실이 없고 정관과 관계규정에 따라 직무를 집행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정관 등 규정에도 없는 요구를 하면서 수차례에 걸쳐 직무대행에 대해 지시하듯 윽박지른 사람은 모임을 주도한 A목사였다. 나는 그때마다 정관 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했다”고 밝혔다.
직무대행 법원 판단 기다리는 중, 비대위는 소송전
현 상황을 보면 직무대행은 한기총의 정관에 따라 하자 없이 총회를 개최하기 위하여 불명확한 부분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요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런데 일부 인사들이 직무대행을 규탄하며 소송을 제기해 오히려 사태를 꼬이게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인사들은 이전부터 한기총에서 정치를 하며 구설에 오른 이들이기에 의도가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직무대행이 마냥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속도감 있게 정상화 작업을 했으면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기총 정상화는 김현성 직무대행이 밝힌 대로 정관에 따라 법적으로 불확실한 부분에 대해 신속하게 법원의 판단을 받아 진행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김현성 직무대행은 법적인 부분에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이지 않는 한기총 이해관계인들의 의견청취에 시간을 낭비한 느낌이 크다.
지금 상태로 가면 한기총 정상화 절차는 빨라야 3월에나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 늦어질 수도 있기에 새로 대표회장이 되는 사람은 재임 기간이 짧아 장기적인 계획을 추진할 수 없고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못한 채 임기가 종료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실제적인 정상화는 다음 회기인 내년 1월 말 신임대표회장을 선출할 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직무대행이 신속하게 정상화시키지 못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한기총에서 움직이고 있는 두 개의 비상대책위원회와 증경대표회장단 세력 모두 정치적 목적에 따라 몇몇 친분 있는 인사들이 모인 수준이지 한기총의 대세를 움직일 수 있는 규모는 아니다.
결국 김현성 직무대행 체제에서 총회를 열었을 때 이들 중 어느 한쪽이 밀어주는 인사가 대표회장이 되기는 힘들다. 이번 대표회장 선거는 어느 세력이 미느냐가 아니라 인물론에 따라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배진구 목사 “김현성에 대한 지라시와 함께 1인 시위할 것”
김현성 직무대행 “실행에 옮길 경우 법적 조치 불가피”
한편 지난 9일 열린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증경대표회장단, 명예회장단, 교단장 및 단체장 회의’ 모임에서 배진구 목사(한반도복음화중앙협의회 회장)는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대행 김현성 변호사를 향해 수위가 상당히 높은 발언을 했다.
배진구 목사는 “우리 비상대책위원회가 소송 중에 있고 구정 명절이 지나자마자 1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1인 시위는 한기총 앞과 김현성이 소속돼 있는 법무법인 앞에서 할 것”이라며 “(김현성 변호사는) 법무법인에 소속돼 있으면서 이름만 갖고 있는 거다. 이렇게 뚜쟁이식으로 하고 있는 게 김현성이다. 법조인들이 많이 모인 거기에서 김현성 변호사가 한기총에서 하는 것에 대해 지라시와 함께 1인 시위를 하면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지 않겠나 해서 구정이 지난 다음에 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했다.
이는 김현성 변호사에 대한 지라시를 유포하며 1인 시위를 해 압박하겠다는 것이기에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진구 목사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김현성 직무대행은 “실행에 옮기는 경우 법적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