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삼성과 현대차, SK 3대 그룹의 지배구조가 화제다.
삼성은 상속세 문제로 불가피하게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올 것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선 더 우세하다. 삼성이 현재 구조개편을 시도하기에는 실현 가능성도 낮고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과거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했다가 포기한 시장 환경에서 더 나아간 것이 없다.
그럼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란 분석에는 상속세 부담이 커 상속지분 일부를 팔 것이란 합리적 관측도 존재한다. 지분을 팔면 지배력이 흔들리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고 기업집단의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무슨 돈으로 살 것인지 예측하는 데까지 추측이 이어진다.
삼성은 내주 상속세 납부 방안에 대해 발표한다. 그 방안에 지분 구조에 대한 변화가 수반된다면 깜짝발표가 될 것이다. 삼성전자는 개인주주의 비중이 역대급으로 비대해졌으며 증권가의 관심도 지대하다. 관심은 불안요소이기도 하며 삼성전자 주가가 박스권에 갇힌 원인으로도 해석된다.
이처럼 주주에 민감한 사안을 지배주주 일가만 알고 있다가 한날한시에 밝힌다는 게 거래소 공시 측면에서는 의문이다. 몇십억 거래 사실도 밝혀야 하는 거래소 공시 의무와 수조원이 오가는 상속세 문제가 내부정보로 묵혀졌다가 공개되는 게 서로 충돌돼 보인다. 회사측은 총수일가족이 결정할 문제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신중한 대응이지만 국민적 관심사와 시장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면 더 적극적여도 될 듯하다.
현대차그룹도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추진하는 것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것은 없다. 시장에 나도는 것은 분석가들의 전망들이다. 비상장사 기업공개는 지배주주가 지배력을 확대하는 전통적인 수단으로 애용돼 왔으며 지분 뻥튀기가 심할 경우 여론의 도마에도 자주 올랐다. 애초 공모주를 살 주주 입장에선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상장이란 회사가 성장할 동력을 구하는 수단이지만 시장 예측대로 정의선 회장의 현물출자나 구주매출이 목적이라면 공모에 응할 이유가 없다.
공모주에 응한 주주가 상장 후 한동안 시가총액과 지분가치를 더 키울 것을 예측한다면 도박에 가까운 리스크를 안게 된다. 정 회장이 지분을 팔지, 언제 팔지 등 공개된 정보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원래 회사의 사업성, 미래 성장성이 공모주를 판단하는 기준이지만 이 경우 잿밥은 따로 있다. 그룹의 상장 의도와 시장의 관심사가 다른 오해라면 그런 것을 불식시키려는 정보공개가 더더욱 필요하다.
SK텔레콤은 인적분할을 발표했는데 역시 공개된 정보는 제한적이다. 지주회사와 합병은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당분간인지 영구적인지도 모호하다. 당분간이라면 나중엔 어떻게 할 것인지도 함께 밝혀야 주주들의 핵심적인 궁금증이 해소된다. 자사주는 소각할 것인지 보유한 채로 분할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알맹이만 쏙 빠진 느낌이다. 지배주주에 유리한 분할도 그룹 성장과 병행된다면 주주들은 납득할 것이다. 지배주주에게만 유리한 분할은 마땅히 지양해야 한다. 아직 그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많은 기업들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강조하며 친기업 정서에 공을 들이고 있다. ESG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도 찾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을 개척하는 방안도 매우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ESG의 꽃은 지배구조라고 한다. 그렇다면 ESG는 어려운 게 아니다. 주주에게 예측가능성을 높여주는 게 주주친화정책이다. 화병에 꽃을 꽂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