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 하자니 ‘돈은 없고...’ 입양시키자니 ‘마음만 아프다...’
소중아 엄마야. 엄마 자격이 없지만 수중인 엄마의 소중한 딸이란다.
지금 엄마 나이 20세. 너희 아빠와는 오래전에 헤어졌고 널 가졌을 때 지울 수가 없었단다.
소중한 엄마의 딸이기 때문이야. 그런데 결국 복지원에 와서 널 입양시켜야만 하는 엄마를 용서해 줄수 있겠니. 엄마가 조금 더 어른이었다면, 널 양육할 만한 능력을 가진 아빠가 있었다면 어떻게 해서든 널 키웠을꺼야. 엄마를 이해해주겠니?
진통이 오고 병원에서 너를 낳았을 때 참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 그리고 널 처음 안았을 때, 젖을 물렸을 때, 참으로 감격스러웠다. 너를 보며 너무나도 신기하고 뿌듯했단다.
그 짧은 며칠 동안 너에게 직접 모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며 우리 소중이에게 사랑과 정을 느꼈단다.
하지만 결국 널 보내야만 했단다. 아무것도 없는 나의 손에서 널 키우는 것보다 좀 더 좋은 가정에 널 보내는 게 널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어. 언제나 밝고 씩씩하게 자라다오.
영원히 잊지 않을께.
원치 않은 임신을 했을 경우 미혼모 시설을 이용하거나 양육을 원하는 미혼모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경제적 지원과 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양육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모(24)씨는 결혼까지 약속하며 사귀던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했다. 그런데 남자친구와 출산 여부를 두고 말다툼을 하다가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출산했다.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뒤 부모님과 친척들과도 연락을 끊었다. 김씨는 부모 없는 아이는 만들고 싶지 않았지만 소중한 생명을 지울 수 없어 결국 미혼모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얼마전 종영된 KBS 주말 연속극 ‘애정의 조건’에서 보면 한가인이 미혼모의 연기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극중 은파로 나오는 한가인은 어릴 때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탓에 남자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자신의 삶까지 모두 던져 버린 경우다.
그 결과 자신은 아이를 가지게 되었지만 끝내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하고 버거운 삶의 짐을 모두 짊어지게 된다.
결혼과 성에 대한 인식 변화로 미혼모 수가 급증하고 양육을 원하는 미혼모도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이후 급격한 저출산 추세로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는 사회적 편견을 넘어 미혼모 정책에 보다 과감한 투자가 시급할 때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2일 홀트아동복지회의 ‘입양상담 현황’에 따르면 미혼모시설 이용을 희망하는 미혼모는 1999년 20.9%에서 2002년 28.4%, 2004년 31%로 매년 꾸준히 증가, 가정이나 가족들로부터 지원이 별로 없는 미혼모들이 신체적, 정서적으로 안정된 시설을 선호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홀트에 상담을 의뢰한 미혼모들의 연령은 10대가 1996년 63.8%에서 2004년 43.9%로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20대의 비율은 33.7%에서 52.1%로 증가했다. 또 20대 미혼모 증가 추세와 함께 아동의 양육을 희망하는 미혼 양육모들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6개월 된 아기의 엄마입니다. 애기의 아빠와 지금은 같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서로 여건도 안 맞고 상황이 안 맞아서 서로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더 나아 질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아서입니다. 애기아빠의 어머니께선 서로 훌훌 털어 버리라고 애기를 지우라고 말씀하십니다. 전 그렇게는 못 하겠습니다.
저희 어머니 역시 저를 혼자서도 훌륭히 키워 주셨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편이라 지금 애기 아빠의 집에서 나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서로 혼인신고는 안 된 상황입니다. 미혼모 시설에가서 애기를 낳게 되면 꼭 입양을 해야하는건가요.
인터넷 한 포털사이트에는 ‘미혼모들의 모임’이라는 카페들이 생겨나면서 양육을 희망하고 있는 미혼모들이 서로의 상황을 털어놓고 있다.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는 미혼모 보호소의 홈페이지에서도 위의 경우와 비슷한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한결 같이 이들은 제대로 된 피임 의식 없이 성 관계를 갖게 되었고 아이 양육 및 자신들의 생활력이 부족했다. 아이를 키우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아이를 낳고도 양육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어 부득이하게 입양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적 상황에 부딪혀 대부분의 미혼모들이 입양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에 대한 애착 때문에 견디지 못해 자신이 기르겠다고 마음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광주미혼모 보호시설인 ‘인애복지원’에서 아이를 낳은 김영미(19·가명)양이 그런 경우다.
김양은 초등학교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가족이 해체됐는데 그 경험 때문에 “아이만큼은 자신처럼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양육을 고집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보호시설을 떠났다. 그러나 박양 앞에 놓인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박양의 남자친구와는 연락도 끊어진 상태다. 당장 아이 우유 값을 감당하기도 벅찼다.
학업을 중단했기 때문에 변변한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었다. 아르바이트라도 하려했지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포기했다. 아이가 아프면 발만 동동 굴렀다.
우리나라처럼 미혼모에 대한 지원체계가 미비하고 편견도 심한 현실에서 청소년 미혼모로서 박양의 삶은 너무도 비참했다. 결국 박양은 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하고 한달만에 보호시설로 돌아와야 했다.
청소년 임신·출산을 다룬 영화 ‘제니, 주노’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청소년은 임신을 하게 되면 영화의 결론처럼 행복하게 끝나진 않는다.
덴마크의 경우 혼외에 출생한 아이의 아버지, 즉 미혼부로 확인될 경우 법적으로 부양 책임을 져야하는 ‘미혼부 책임의 법제화’는 여성보다도 오히려 남성들이 미혼부가 되지 않으려고 조심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사생아가 그 아버지의 성 및 보호를 받을 권리 와 아버지로부터 재정적 후원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부성법 혹은 그 유사 법에 의해 미혼모의 자녀에게 적자와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등 미혼모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혼부는 없고 미혼모가 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미혼모를 위한 정책에 보다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