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이익률 늘린 비결은 시장독점력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IT 기업들이 코로나19 펜트업 수요 특수에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애플, 구글 등 선진기업들 역시 호실적으로 격차를 유지했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면 글로벌 경쟁 구도가 현상 유지에 그칠 것이란 관측과 함께 선두그룹에서 앞서나갈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상반기말 기준 매출채권이 27조7036억원으로 전년동기 24조7367억원보다 확대됐다. 외상판매 실적이 늘어난 것은 회사의 고객사에 대한 협상 열위를 나타내 시장영향력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동기간 매출이 16.4% 증가한 것도 매출채권이 늘어난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시장영향력이 글로벌 톱티어 경쟁사들에 비해 밀리는 것처럼 보이는 지표는 또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19.74%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5.38%에서 4.36%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동기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률은 29.78%에서 30.47%로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4.36%포인트 개선 폭은 반도체를 제외한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 영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실적이 개선됐지만 애플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약하다. 애플은 동기간 21.93%에서 29.63%로 7.7%포인트 증가했다.
스마트폰을 접고 가전제품 비중이 커진 LG전자의 경우 동기간 영업이익률이 3.86%에서 5.13%로 성장했다. 비록 성장세를 보였지만 절대치나 개선 폭 모두 애플에 못미친다.
반도체는 고객사 가격저항선에 부딪힌 정황이 포착된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인텔과 TSMC 역시 이익률 성장이 제한됐다. 인텔은 동기간 28.88%에서 28.25%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TSMC는 42.19%에서 39.14%로 역행했다. 이들 3개 업체의 이익률 부침은 낸드플래시나 비메모리, 파운드리 영역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메모리 중 D램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22.62%에서 26.11%로 성장했다.
스마트폰은 최근 글로벌 순위경쟁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샤오미가 2분기 영업이익률 12.22%를 기록했다. 중저가품 위주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상 아무래도 애플이나 삼성전자보다 이익률이 작다. 그러나 이러한 샤오미 역시 지난해 2분기 10.11%로 전분기 4%대 이익률에서 첫 두 자릿수에 진입한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박리다매 형태로 시장점유율을 확장해온 샤오미가 수익성 측면에서도 입지를 키우는 모습이다.
샤오미는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순위에서 애플을 제치고 세계 2위로 부상했다. 1위를 수성한 삼성전자와의 격차도 1.9%포인트까지 좁혔다. 샤오미는 미국의 제재로 힘을 못쓴 화웨이를 밀어내고 중국내 중저가폰 시장을 잠식했다. 나아가 중국 만큼 수요 성장이 기대되는 인도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인도는 그간 코로나19 확산으로 출하량이 부진했지만 2분기부터 지역봉쇄가 완하되며 급성장세를 보였다. 인도 시장 흥행을 바탕으로 샤오미가 글로벌 1위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애플은 3분기에 출시되는 아이폰13 대기수요에다 아이폰12 수요가 약화돼 시장점유율은 주춤했지만 이익률은 성장하는 저력을 보였다. 4분기엔 신작 출시 후 점유율 면에서도 반격에 나선다.
IT 영역의 또다른 톱티어인 구글도 동기간 영업이익률이 24.28%에서 31.29%로 7.01%포인트 성장했다. 구글은 막강한 운영체제(OS) 독점력으로 호황기에 고무줄처럼 이익률을 늘린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의 OS 독점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독자 OS 자생력을 기르며 뒤늦게 반격에 나서기엔 역부족이다.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스마트워치 등에서 추진해온 자체 타이젠 OS를 구글 OS와 통합하기로 하는 등 구글과 협력노선을 걷고 있다. 구글은 모바일 OS시장 점유율이 2019년 기준 97.7%에 이르고 모바일 앱마켓에서도 95~99%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구글은 물론 샤오미도 쌀 미(米)자로 끝나는 제품군을 늘리며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독점력은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브랜드전략에서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