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화장실 CCTV에 복도 대화 도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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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화장실 CCTV에 복도 대화 도청까지
  • 이선율 기자
  • 승인 2013.08.2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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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육청, 학생감시 7교 경고·18교 주의처분

▲ 경기도내 사업체에서 현장실습하는 학생의 노동인권을 보호하는 ‘특성화고 현장실습 법률자문단’이 지난 23일 오전 경기도교육청에서 발대했다. 23일 오전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발대식 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매일일보] 경기도 일부 학교가 화장실에 CCTV를 설치하거나 복도에서 대화내용을 녹음하는 등 학생들의 일상을 감시해 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정법 위반임을 모르고 벌인 일이라지만 일선 학교의 ‘인권 감수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으로 보인다.

25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한 중학교는 2012년 2월 학교건물 2층과 3층 남녀화장실 4곳 내부에 CCTV를 각각 1대씩을 설치해 1년이 넘도록 운영했다. CCTV는 화장실 안쪽을 비추고 있어 학생들이 볼일을 보러 칸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장면이 그대로 녹화됐다.

CCTV로 촬영된 영상은 교무실에 설치된 화면으로 생중계되다시피 외부로 노출됐다. 화면은 학교 관리인만 볼 수 있도록 했지만 학생들은 화장실 안에서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아왔다.

이는 엄연히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운영 제2항을 위반하는 행위다.

학교는 감사조사에서 “화장실 칸 출입문 훼손과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설치했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인권침해 소지가 분명한 곳에 CCTV를 설치하면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도 보고 있다.

도교육청 감사관 관계자는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록에 화장실 내 CCTV 설치에 대한 언급이 나오긴 하지만 이를 두고 논의한 기록은 없다”며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곧바로 철거 조처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 초등학교는 2012년 8월 ‘학교폭력 발생에 따른 민원해결’을 이유로 들며 학교건물 복도 등에 녹음할 수 있는 CCTV 4대를 설치했다.

학생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며 학생과 교사들의 대화내용은 고스란히 녹음, 저장돼왔다. 이 또한 관련 법률이 금지하는 행위다.

도교육청은 4월 9일부터 6월 28일까지 도내 모든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CCTV 설치과정, 관리현황 등을 1차 서류조사, 2차 방문조사(177교)를 한 결과 불법 또는 부당설치 및 운영한 25교를 잡아냈다.

이 가운데 CCTV 설치 지원예산 200만∼500만원 부당수령 3교, 분할수의계약 2교 등 모두 7교(관계자 13명)에 경고, 학교구성원의 의견수렴 없이 CCTV를 설치한 학교 7교, CCTV 안내판을 설치하지 않은 학교 2교 등 18교(관계자 38명)에 주의처분을 내렸다.

경기도교육청 감사관 관계자는 “일부 학교가 관련된 법령을 잘 모르거나 잘못 이해해 벌어진 일로 발견 즉시 바로잡도록 했다”며 “감사를 통해 이 같은 일이 또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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