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올들어 전국에서 벌써 246건에 달하는 산불이 발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126건의 두 배 수준이다. 지난해 한해동안 발생한 산불(349건)의 3분의 2에 달하며 최근 10년간 발생한 한해 평균 산불 474건의 절반에 육박한다. 50년 만에 최악이라는 겨울 가뭄과 강풍 탓에 국토가 산불로 몸삻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추세라면 올해 산불 발생건수가 최근 10년래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지난달 26일까지 강수량은 6.1mm로 평년 수준(52.0mm)에 크게 못 미친다. 이는 전국으로 관측소가 확대된 1973년 이후 가장 적은 강수량이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강릉 52.5㎜(평년 105㎜) △대구,경북 0.2㎜(평년 146㎜) 역시 올겨울 눈비가 적게 내려 건조한 날씨가 지속됐다.
이번 겨울철 강수일수도 11.7일로 평년(19.5일)에 미치지 못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일반적으로 겨울철 저기압이 중국이나 서해상에서 생성돼 우리나라를 통과하면서 수증기를 공급하고 비를 뿌리지만 이번 겨울철은 우리나라 주변을 지나는 저기압이 대기상층 기압골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비, 눈의 양이 적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가뭄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림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있고, 이는 숲이 있는 육지의 온도를 높이게 된다”며 “온도가 높아지면 습도가 낮아지게 되고 건조해진 날씨 탓에 산속의 낙엽 등 가연성 물질이 빠르게 말라 산불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474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산림 1120㏊가 소실됐다. 산불 10건 중 6건은 건조한 바람이 부는 봄철 3~5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하지만 올해는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겹치면서 1~2월 산불이 빈발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경북·강원 산불 역시 강원 영동 지역과 경북 내륙 등에 초속 25m가 넘는 강풍이 몰아치며 불이 빠르게 번지게 됐다.
소방당국에서도 건조한 날씨로 인해 산림이 바짝 마른 상황에서 강한 바람까지 겹치면서 불이 퍼지기에 최적의 조건을 모두 갖춰졌던 것이 산불 피해가 커진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동해안 지역은 봄철 양간지풍(襄杆之風)이 부는 지역으로 산불 발생 시 대형 산불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양양군과 강릉시 사이의 바람이라는 뜻인 양간지풍은 태백산맥을 넘어오면서 고온건조한 성질을 띠게 되고 풍속도 빨라진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실험한 결과, 산불이 났을 때 양간지풍이 불면 산불의 확산 속도가 26배 이상 빨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2019년 발생한 고성·속초 산불은 최대 순간 풍속 초속 35.6m로 최초 발화 지점에서 7.7km 가량 떨어진 해안까지 번지는데 9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밖에도 불이 붙으면 잘 꺼지지 않는 소나무가 밀집해 있다는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소나무는 침엽수로서 잎이 두꺼운 활엽수 종에 비해 산불에 취약하다. 불에 타기 쉬운 송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아직 연례적인 산불특별대책기간에는 접어들지도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주장한다. 통상적으로 연간 산불은 통상 2월 1일~5월 15일 봄철 기간 60% 이상 집중되고 3·4월에 가장 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