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경쟁사 애플 협력도 눈치…재계약 패널티 ‘우려’
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카드사들이 삼성페이와 계약을 유지할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카드사들은 올해 하반기 삼성페이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삼성페이의 유료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애플페이도 현재 카드사에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재계약 시점에서 삼성페이마저 유료화할 경우, 수수료를 이중으로 부담하게 된다.
애플페이가 국내 결제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섣불리 애플과 협력을 강화하기도 ‘눈치 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경쟁사인 애플과 협력을 강화할 경우, 향후 삼성페이와 재계약 시점에서 패널티를 우려하는 눈치다.
2일 여신업계 따르면 오는 8월 KB국민·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카드 등 8개 카드사의 삼성페이 제휴가 만료를 앞두고 있다. 삼성페이는 향후 재계약 시점에서 카드사들에게 수수료를 부과할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에서 정식 출시한 애플페이의 경우, 제휴 은행이나 카드사에 애플페이 사용에 따른 수수료를 결제 건당 정률로 부과하고 있다. 애플은 카드사로부터 애플페이 결제액의 최대 0.15%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반면 지난 2015년 8월 도입된 삼성페이는 지금까지 카드사와 가맹점, 소비자에게 별도의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삼성페이를 작동할 때 거쳐야 하는 생체 인증 관련 수수료를 카드사가 건당 5~10원가량 부담하고 있지만 이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보안인증 업체 몫이다.
만약 삼성페이마저 유료화 노선을 선택할 경우, 카드사 부담은 한층 더 커지게 된다. 카드사들은 이미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으로 인해 본업 수익이 악화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신한·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신용판매 순이익은 2021년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카드 이용액은 12% 늘었지만, 신용판매 순이익은 362억원 적자였다. 2007년 이후 작년까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14차례 인하된 여파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 플랫폼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 비용까지 떠안을 경우,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을 축소하는 등 비용 절감 움직임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카드사들은 신용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연회비를 올리거나 할부 수수료 면제를 축소해왔다.
작년 9월 말 기준 7개 카드사의 할부 수수료 수익은 1조7201억원, 연회비 수익은 9148억원으로 2018년 대비 각각 44.1%, 33% 늘었다. 같은 기간 가맹점수수료 이익은 6조9422억원에서 3조6049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삼성페이와 재계약을 앞두고 경쟁사인 애플과 협력을 강화하기도 눈치 보인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페이 출시일이었던 지난 21일 등록 고객 수는 약 40만명 내외로 이 중 17만명은 서비스 개시 이후 수 시간 안에 신청을 마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애플페이는 현대카드 외에 다른 카드사와의 제휴를 열어뒀지만, 경쟁사인 삼성페이의 재계약 여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제시장에서 빅테크의 영향력이 확산하는 만큼, 카드사 입장에서는 양대 플랫폼의 사업 전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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