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금융지주사의 정기 주주총회가 막을 내린 가운데, 사외이사 절반 이상이 연임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사외이사는 통상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는다. 사외이사는 금융그룹의 투명한 지배구조와 이사회 독립성 등 경영진들의 독단적인 판단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지만, 우리나라 금융지주 사외이사 연임이 관례화했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33명 중 21명(64%)이 연임에 성공했다. 5대 금융에서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는 총 9명에 그친다.
KB금융에서는 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전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 등 3인을 신임 사외이사로 맞았다. 하나금융은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등 2인이, 우리금융은 윤수영 전 키움증권 부사장,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2인이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농협금융에선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해외금융협력지원센터장 등 2인이 새롭게 이사회에 합류했다. 신한금융은 이사회 규모를 11명에서 9명으로 축소하면서 신규 사외이사는 선임하지 않았다.
금융권 사외이사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지만 내부 평가는 정반대다. 금융지주 모두 자기 평가와 동료 평가를 실시한다. 사외이사 본인이 본인에게 점수를 주고, 동료의 활동도 평가한다. 이사회 사무국 등이 내부 평가도 진행하지만 동료 평가를 특히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외부 평가는 내부 주요 자료 유출 가능성 등을 이유로 이뤄지지 않는다.
국내 금융그룹 사외이사진에 대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등 외부 기관의 평가는 내부 평가와는 거리가 있다. 앞서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신한금융의 사외이사 8명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입장을 전한 바 있다. ISS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 업체로 국내 사정에 밝지 않은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은 주총에서 자문기관의 판단을 참고해 의결권을 행사한다.
금융당국도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일 대구에 열린 DGB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금융포럼’에 참석해 “은행 이사회의 경영진에 대한 감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유능하고 적격성을 갖춘 인재가 CEO(최고경영자)로 선임될 수 있는 경영승계 프로그램 운영 및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연임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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