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통일백서에서 지난해까지 사용된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공식화했다. '북한 비핵화'는 핵을 포기해야 하는 주체가 북한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북한 도발에 대해선 '일체의 무력 도발 불용', '단호한 대처' 등 표현으로 강경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통일부는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약 290쪽 분량의 '2023 통일백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통일·대북 정책의 주요 내용들을 정리한 윤 정부의 첫 번째 백서다.
이번 백서는 총 7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담대한 구상' 등 윤 정부의 통일·대북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북한 비핵화 및 남북 관계 정상화, 북한 인권 증진, 통일 미래 준비 등 변화된 정책 측면을 강조해 기술했다.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는 "과거 비핵화 방안의 장점은 계승하면서도 그동안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변화된 통일 환경에 맞게 설계됐다"며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복귀한다면 과감한 초기 조치를 취해나가고자 하며 비핵화 진전에 따른 경제적 상응 조치 뿐 아니라 정치·군사적 조치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대북 정책과 관련해선 "원칙 있고 실용적인 남북 관계 추진을 대북 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다"며 "역대 정부의 남북 합의 정신을 존중하면서 그 성과는 이어받되, 북한의 불합리한 태도나 잘못된 관행은 헌법적 가치와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개선해왔다"고 설명했다.
백서에는 지난 정부 때 사용됐던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 대신 '북한 비핵화'로 변경됐다. '한반도 비핵화'는 1992년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에서 나온 것으로, 문재인 정부는 이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해 왔다. 이와 함께 그동안 사용해 오던 '북·미'라는 표현 대신 '미·북'으로 바뀌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선 권영세 장관은 발간사를 통해 "한반도 정세 악화의 근본 원인"으로 규정했다. 백서 1장에는 "북한은 우리와 미국에 대한 강경 입장을 고수했고, 만성적인 경제난 속에서도 핵·미사일 위협과 도발을 지속하면서 한반도의 안보 불안을 가중시켰다"고 적시됐다. 한반도 정세 악화와 남북 관계 경색의 책임이 북한의 핵 개발과 군사 도발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 북한 도발에는 '일체의 무력 도발 불용', '단호한 대처' 등의 표현으로 강경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선 전임 정부가 북한 인권을 '인도적 협력'의 차원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주민들의 자유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향한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이와 관련해 "과거 제기된 대북 저자세 논란, 인권 문제 외면 등 미흡했던 부분을 바로 잡고 자유·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둔 남북 관계 정상화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