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신지하 기자 | 올해 1분기 국내 상당수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어닝쇼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 수출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 감소세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투자비와 생산량을 축소하는 등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는 한편, 주력 제품에 집중하며 실적 반등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23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다. 특히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이 각각 39.3%, 26.8% 급감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부터, 대중국 수출은 작년 6월부터 뒷걸음질 치고 있다. 올해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266억달러에 달한다. 반도체·대중국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무역적자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부진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다음 주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부문은 1분기에 각각 수조원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요 둔화에 따른 제품 출하 부진과 가격 하락이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한파에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LX세미콘도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LX세미콘의 1분기 영업이익이 391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69.4% 급감했다.
디스플레이 업종도 수요 침체로 실적 경고등이 켜졌다. LG디스플레이의 올 1분기 영업손실 추정치는 1조390억원이다. 이미 지난해 2조원대 적자를 냈는데, 이번에는 분기 적자로만 1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석유화학업계 시황 악화로 롯데케미칼은 1분기에 161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4분기 연속 적자를 낼 것으로 점쳐진다. 정보기술(IT) 부품 업체인 LG이노텍과 삼성전기도 1분기에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보다 61%, 68%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 악화에 대응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했다. 다만 인프라와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확대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3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감산에 들어갔다. 올해 투자도 작년(19조원)보다 50% 이상 줄인다. 하지만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DDR5·HBM 주력 제품 양산과 미래 성장 분야 투자는 지속할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경쟁력 강화에, 삼성전기는 고부가가치 전장용 제품 비중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LG이노텍은 올 초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경비 30%를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