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반도체 공급망 등 폭넓은 논의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고조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양국의 안보 협력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 한미일 3국의 안보 공조를 강화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공식 환영 행사를 시작으로 양국 정상회담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소수 참모만 배석하는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에 이어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문은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실무 방문 형식으로 일본을 찾은 데 대한 답방이다.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건 지난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총리 이후 12년 만에 정상 간 '셔틀 외교'가 복원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기시다 총리의 답방이 빨라진 배경에는 지난달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억제 강화에 방점을 찍은 '워싱턴 선언'이 나온 만큼 이를 바탕으로 한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우리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한미 정상회담 직후 일본 측이 양국 정상회담 추진을 타진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한일·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뿐만 아니라, 반도체 공급망 확대와 군사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술 유출 대책을 비롯한 경제 안보 문제 등을 폭넓게 다뤘다.
또한 지난 3월 우리 정부가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해결책에 대한 한국 내 반대 여론을 고려해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와 관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보다 나아간 입장 발표 여부에도 큰 관심이 모였다.
지난 3월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보상 문제 해법을 발표했을 때 기시다 총리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표명한 바 있다.
국제 사회 일정도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앞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3월 한일 정상회담과 4월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5월 답방 성격의 한일 정상회담이 이어지면 5월 중순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국 간 정상회담으로 자연스럽게 귀결될 수 있다. 사실상 이번 기시다 총리의 답방이 한미일 정상회담의 '사전 준비 작업'의 성격이 크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 측이 G7 정상회의 기간 중 한미일 정상회담을 제안한 가운데 일본 입장에서는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안보 분야에서 어떤 협의를 했는지 미리 탐색할 필요도 있다.
기시다 총리는 출국 전 "성과와 관련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말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바라는 바를 말하자면 우선 윤 대통령과는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솔직한 의견 교환을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