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12년 만에 양국 간 '셔틀 외교' 복원에 합의했다. 정상회담을 위한 일본 총리 방한은 지난 2011년 10월 당시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마지막이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간 '셔틀 외교'가 복원됐다고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도쿄에서 저와 기시다 총리는 한일 정상 간의 셔틀외교 재개에 합의하했다"며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오늘 기시다 총리는 일본 총리의 양자 방문으로는 12년 만에 한국을 방문햇다. 이번 방한을 통해 정상 간 셔틀 외교가 본격화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저와 기시다 총리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데 다시 한 번 뜻을 모았다"며 "두 정상은 한일관계 개선이 양국 국민에게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확인하고 앞으로도 더 높은 차원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실무 방문 형식으로 1박 2일 일정을 찾은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일본 도쿄를 찾은 지 52일 만에 다시 만났다. 이번 기시다 총리 방한으로 한일 양국 정상이 상대국을 오가며 현안을 논의하는 '셔틀 외교'가 12년 만에 복원된 셈이다.

기시다 총리도 "3월에 윤 대통령을 도쿄에서 맞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을 방문해 '셔틀 외교'를 본격화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일본 총리로서 12년 만에 양자 방문에 즈음해 윤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측 여러분들의 따뜻한 환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이번 '셔틀 외교' 복원에는 양국 정상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국내 여론의 반발을 무릅쓰고 일본을 방문해 강제징용 해법을 제시한 데 대해 일본이 '성의 있는 호응'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본 내부에서 제기됐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6일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일본 측이 우리 정부에 방한을 타진하면서 구체화됐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일본 정부로서는 이른 시일 내 방한함으로써 한미 정상회담을 토대로 한일 간에도 안보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애초 오는 6월 방한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이번 달 중순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에 앞서 한일 '셔틀 외교'를 복원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여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앞서 확대회담 모두 발언에서 "G7 히로시마 정상회의를 염두에 두면서 북한을 포함한 인도 태평양 지역의 정세와 글로벌한 과제에 대한 공조에 대해서도 논의를 하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과거사 문제에서도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에서 일정 수준의 입장 표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3월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일본 정권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표명했으나 직접적인 사과나 반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방한 후 첫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것도 '셔틀 외교' 복원이라는 맥락 위에 있다. 현직 일본 총리가 현충원을 방문한 것은 2011년 10월 당시 한국을 방문한 노다 요시히코 총리 이후 약 12년 만이다. 기시다 총리는 현충원 입장 중 '국기에 대한 경례' 구호에 태극기를 향해 허리를 숙이고, 현충탑에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와 함께 나란히 서서 분향했다.

일본 측은 기시다 총리의 현충원 참배는 한국 역사에 대한 존경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교도통신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이 이 묘지를 참배하는 것은 관례"라며 "기시다 총리로선 셔틀 외교를 재개한다는 자세를 한국 측에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장원 기자 [email protected]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