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구 1000만 붕괴는 착시현상”…경기도 40년 뒤 인구소멸 위험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지역 불균형과 인구 감소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여전히 ‘서울 쏠림’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중견기업은 고사하고, 중소기업과 벤처·스타트업 등도 서울로 거처를 옮기는 현상이 늘고 있다.
부산지역 취준생 A씨는 “번듯한 회사에 취직해 고향에서 계속해서 발을 붙이고 살아가기가 굉장히 어렵다”라면서 “대기업은 고사하고 중견기업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니 주변 또래 역시 상경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토로했다.
실제 통계청의 ‘산업별 지역별 기업 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서울 및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기업 수는 336만3823개사로 전국 총 705만6079개사 중 47.67%에 육박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역별 기업 수 1위는 경기도로 188만6781개사의 기업이 활동 중이었다. 서울은 147만7042개사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 제2의 도시’로 불리는 부산에서 활동 중인 기업 수는 44만7769개사로, 서울의 약 3분의1 수준에 그쳤다.
벤처·스타트업의 서울 쏠림 현상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3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2년 벤처·스타트업 고용동향’의 지역별 벤처투자 규모 및 고용 증감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은 벤처투자·고용 분야에서 모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통계를 살펴보면, 서울의 벤처투자 금액은 3조391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위인 경기(1조996억원) 지역 대비 2조2917억원 앞선 수준이다. 3위는 대전(3557억원)이었으며, 격차는 3조356억원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자, 인구의 서울·수도권 쏠림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서울은 2016년 5월 ‘1000만 도시’의 명성을 잃게 된 이후 꾸준히 인구 감소세에 접어들었지만, 이는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서울은 900만명대의 인구를 유지하고 점차 감소세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서울은 한국의 경제적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긴 시간 그럴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서울에서 과도한 집값 등의 문제로 유출된 인구가 경기도나 인천과 같은 주변부로 분산되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통계를 보더라도 실제 이같은 현상이 관측된다. 작년 5월 서울과 경기에 거주하고 있는 전체 인구는 각각 949만6887명, 1358만1496명을 기록했다. 당시 한국의 전체 인구(5158만3722명) 중 44.74%가 두 지역에 살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을 기준으로 서울의 인구는 소폭 감소한 941만8885명을 기록했고, 경기는 소폭 상승한 1361만2597명을 기록했지만, 전체 인구(5140만521명) 대비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44.81%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같은 서울·수도권 쏠림 현상을 기반으로 지방소멸 현상은 현실화 되는 상황이다. 작년 합계출산율 0.7명을 기록하는 등 치명적인 인구 감소와 함께 지방소멸은 더욱 가속하고 있다.
일례로 강원도는 최대 규모의 인구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강원도의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1917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935명)대비 18명(0.93%)사 감소한 수준이지만, 사망자 수는 3570명으로 1653명이 자연 감소했다.
현재 서울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인구가 분포하고 있는 경기 역시 이같은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달 25일 경기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67년 화성시를 제외한 30개 시·군은 소멸고위험지역(65살 고령인구가 20~30대 여성인구의 다섯 배가 넘는 곳)으로 분류됐다. 현재 경기도내 소멸위험지역(65살 고령인구가 20~30대 여성인구의 두 배가 넘는 곳)은 가평, 연천, 양평, 여주, 포천, 동두천 등 6곳에 이른다.
전남 지역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외국인 노동자도 부족한 상황에서 지방 소재 기업이 자력으로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경제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등 복합적 문제가 얽혀 있는 만큼 이미 늦었지만,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