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시중은행의 연체율이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충격부터 경기부진까지 대내외 악재가 계속되면서 버티다 못한 자영업자들이 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26일 금융권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보유한 기업대출 중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차주의 고정이하여신은 700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어난 수준이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도소매업 차주의 연체는 4684억원, 숙박·음식업 차주의 연체는 2321억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2.5%, 12.15% 증가한 수치다.
금융권 전체로 살펴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자영업자의 금융권 연체율은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총 1033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3분기부터 10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올들어 석달만에 약 14조원이 추가로 불어난 셈이다.
1분기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다. 전분기인 작년 4분기(0.65%)보다 0.35%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연체율 상승 폭도 지난해 4분기(0.12%p)에 비해 세배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은 1분기 6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4분기(4조1000억원)에 비해 53.7% 불어난 액수다. 증가율은 4분기(24.2%)의 두 배 이상이다. 소득별로 나눠보면, 저소득층(소득 하위 30%)은 작년 4분기 1.2%에서 올해 1분기 1.6%로 0.4p 올랐다. 해당 연체율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3분기(1.7%) 이후 3년 반 만에 최고다.
1분기 중소득(소득 30∼70%)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8%다. 올들어 석 달 새 0.5%p 높아졌다. 고소득(소득 상위 30%)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0.9%다. 이역시 저소득층의 연체율처럼 2019년 3분기(0.9%) 이후 3년 반 만에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전 계층 자영업자 대출이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작년 4분기 119조9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23조원으로 3조1000억원 증가했다.
여러 곳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가계대출 받은 기관 수와 개입사업자 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대출자)의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 1분기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737조5000억원을 기록, 작년 4분기 대비 2.4%(17조2000억원) 늘었다. 이기간 다중채무자가 전체 자영업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6%에서 71.3%로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