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구축 등 초기 투자 부담 최소 1800억 예상… 업계선 실효성 우려 여전
중·저 대역 제외 아쉬움도… “28㎓만으론 수익성·경쟁력 확보 한계” 지적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정부가 ‘5G 28㎓’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해당 주파수의 수요처가 마땅찮은 데다가 초기 투자 부담이 높은 탓에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일각에서는 전국망 구축이 용이한 중·저대역 주파수를 함께 공급해 신규 사업자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신규 사업자에게 5G 28㎓ 대역의 주파수 800㎒ 폭과 700㎒ 대역의 앵커용 주파수 20㎒ 폭을 할당하는 계획을 지난 20일 공고했다. 앵커 주파수는 28㎓에 접속하기 위해 필요한 신호 제어용이다. 700㎒ 주파수와 1.8㎓ 주파수 중 투자효율이 우수한 700㎒를 앵커주파수 대역으로 정했다. 정부는 경매를 통해 이 2개 대역 주파수를 전국 또는 권역 단위로 사용할 사업자를 결정한다.
전국 단위 할당은 최저 742억원부터 경매에 붙인다. 여기에 입찰자가 없으면 권역 단위로 주파수를 할당할 수도 있다. 정부는 권역별로 △전국(742억원) △수도권(337억원) △강원권(43억원) △충청권(79억원) △대경권(81억원) △호남권(79억원) △동남권(105억원) △제주권(18억원) 등으로 최저경쟁가격을 산정했다.
이번 주파수 할당 입찰에는 이동통신 3사의 참여가 제한된다. 망 투자 소홀로 28㎓ 주파수를 회수당한 이력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KT와 LG유플러스, 지난 6월에는 SK텔레콤의 주파수 할당이 취소된 바 있다.
주파수 이용 기간은 2028년에서 2030년으로 예상되는 6G 상용화 일정을 고려해 할당일로부터 5년으로 결정했다. 3년 안에 구축해야 할 기지국 의무 수량도 기존 1만5000대에서 절반 이하인 6000대로 줄여 부담을 낮췄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파격 혜택’에도 업계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중 신규 사업 참여를 결정할 곳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실효성을 우려하는 반응도 나온다. 28㎓를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등 전용 단말이 없어 시장 규모도 작은 데다 소비자 수요가 낮은 탓에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8㎓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보낼 수 있지만 도달력과 투과성이 떨어진다. 때문에 좁은 지형에 고층 건물이 많아 밀도가 높은 국내에서는 활용도를 높이기에 한계가 있다. 현재의 기술 단계에선 기지국 장비를 5G 3.5㎓ 주파수보다 촘촘히 설치하거나 전파를 더 강하게 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투자 부담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수십 년간 사업을 전개하며 노하우를 축적해 온 이통3사도 기술적 난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결국 주파수를 포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8㎓ 기지국 1대를 구축하는 데 약 3000만원이 드는데, 의무 구축에만 1800억원이 들 것"이라며 "신규 사업자들의 경우 망 구축 외에도 부수적인 비용이 더 들어가서 최소 5년은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고에서 중·저 대역 주파수가 포함되지 않은 것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이미 3.5㎓, 2.5㎓, 1.8㎓, 800㎒ 등 중·저대역 주파수를 구축하고 있는 이통3사와의 격차를 좁히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주파수 대금과 기지국 장비 의무 구축 수량을 낮췄지만, 통신시장이 현재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고객 확보가 가능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신규 진입을 준비 중인 일부 업체는 정부에 28㎓와 함께 중·저대역 주파수(2.3㎓ 대역 90㎒폭)의 추가 할당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2.3㎓ 주파수 배당은 신규 사업자를 선정한 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저대역 주파수를 할당할 경우 28㎓ 대역에 대한 투자는 미흡하고 중·저대역만 사용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신규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인 미래모바일 한 관계자는 “향후 6G 시대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28㎓는 꼭 필요한 대역이라 생각해 적극 투자 의지를 갖고 있다”며 “수익성과 경쟁력이 확보돼야 정부가 원하는 ‘메기’로 성장할 수 있는데, 현재로썬 28㎓만으로 통신시장에서 살아남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중·저대역 주파수는) 이통3사와 동등한 수준에서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오는 11월 20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1개월 간 주파수 할당을 신청받을 계획이다. 잠재적인 신규 사업자 후보 기업이 시장 진입 여부를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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