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가 현장에서 직접 발굴한 과제 선정… 규제혁신 체감도 향상
식의약 분야 중소기업 현장 애로사항 청취… 산업계 균형 발전 모색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식의약 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규제혁신에 적극적이다. ‘낡은 규제’로 대표되던 기존 이미지 부수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6월 ‘식의약 규제혁신 2.0 과제’를 통해 80개 개선과제를 마련했는데, 이미 2개 과제를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에 앞서 식약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바이오‧디지털 헬스 글로벌 중심국가로 도약’과 관련해 지난해 8월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선정한 바 있다. △신산업 지원(19건) △민생불편․부담 개선(45건) △국제조화(13건) △절차적 규제 해소(23건) 등 4개 분야 100개 과제가 선정됐다. 당시에는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일부 단체를 통해 현상을 청취했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올해는 이런 단점을 보완해 수요자가 현장에서 직접 제안한 과제를 발굴, 체감도를 보다 향상시킬 수 있도록 규제혁신 2.0 과제를 선정했다. 해당 과제들은 올해 초부터 식의약 업계 CEO, 관련 협‧단체, 미국 진출 기업 등과 간담회‧현장방문‧끝장토론 등을 100회 이상 진행한 끝에 선정된 것이다. 또 국민 생각함, 국민 대토론회를 거쳐 산업계‧학계‧소비자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보다 현실적인 규제 해소 대상을 선정하게 됐다.
특히 1.0과제에 비해 사회취약계층 등을 포함한 소비자의 안전 확보와 선택권을 보장하고, 업계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과제 등을 집중 발굴했다. 이번에 선정된 80대 과제는 실 사업자와 국민들이 일상생활 및 산업현장에서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부분인 만큼, 식약처의 추진력에 의해 불필요한 규제가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80대 과제 중 현재 통과된 사례를 살펴보면 △안전, 보건에 필수적인 의료기기만 공급내역 보고 △벌크 포장된 건강기능식품 2가지 이상을 소분 제조하는 제조행위 허용 확대 등 2개 과제다. 기존에는 건기식의 소분제조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제조원이 다른 2개소의 제품이나 수입 벌크 제품 소분제조는 불가했다. 이는 개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춰 섭취해야 하는 건기식 본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규제로 비난 받아 왔다. 이를 통해 현재 성장세를 달리고 있는 국내 건기식 시장이 '개인 맞춤화'의 장점을 갖추게 됨에 따라 소분 유통 업체 또한 낙수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이전에는 의료기기 모든 품목에 대해 공급 내역을 보고해야 했는데, 이로 인해 필요한 의료기기가 적기에 사용되기 어려웠으며 유통현장은 과도한 행정 부담을 가져야만 했다. 공급시스템을 간소화해달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현재는 행정 절차가 완화됐다.
한편 식약처는 국내 산업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업계의 목소리도 적극 청취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 8일 오유경 식약처장은 중소기업중앙회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 식‧의약분야 중소기업 협동조합 이사장, 화장품업체 대표 등 약 20명이 참석했으며, 기업의 현장 애로와 개선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했다.
앞서 정부는 바이오 산업을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 지원 및 규제 해소를 약속한 바 있는데 사실 전통 제약사와 대형 바이오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식의약 분야에는 식품 연구 제조사를 비롯해 의료 솔루션을 제공하는 IT기업도 포함돼 있는데,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이들은 정부의 바이오 산업 지원에서 직접적인 혜택은 받지 못하는 대신, 업종 특성상 식약처의 규제만 강요 받게 된다. 특정 산업에 집중된 정부 지원은 대기업-소기업 간 격차를 더욱 키운다는 지적이 있었다. 식약처는 식의약 분야 중소기업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이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식약처는 중기중앙회와의 간담회를 통해 △업체별 맞춤형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해썹) 교육‧기술 프로그램 지원 대상 확대 △김치류의 식중독균 오염 저감화를 위한 위생관리 가이드라인 개발 △디지털 의료제품 관련 입법 과정에서 업계와 소통 강화를 위한 ‘민관합동 작업반’ 구성‧운영 △전문의약품 위탁제조품목 허가 시 제출 자료 요건 합리화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식약처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불필요한 과제나 규제, 불합리한 규제는 신속하게 혁신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식약처의 혁신법이 최근 국회 본회의에 통과했고, 규제혁신법이 오늘 심의 의결됐다. 식약처는 규제일변도 기관에서 벗어나 규제 과학의 인력을 양성해 중소기업 양성에 파트너십 가지고 돕는 기관 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