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콘셉트‧선택권 등…매운라면 경쟁 지표 재정립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라면업계가 ‘매운맛’의 다변화‧전문화를 꾀하고 있다.
라면 시장은 국물, 볶음, 비빔 등 제형부터 짜장‧짬뽕‧나가사키‧우동 등 맛까지 없는 종류를 찾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포화상태 속 매운 음식에 대한 소비자 니즈에 따라, 독보적인 매운라면 라인업 정립은 필수가 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 매운라면 경쟁 포인트는 ‘얼마나 더 매운지’에 매몰됐다. 최근 들어선 원료와 콘셉트, 카테고리 다양화 등에 쟁점을 두고 있다.
먼저 삼양식품은 신규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을 론칭했다. 소비자들이 매운 라면을 찾는 다양한 상황에 주목, 매운맛에 다채로운 변주를 준 것이 특징이다. 상황에 적합한 매운맛을 완성하기 위해 △화끈함 △칼칼함 △깔끔함 △알싸함 △은은함 다섯 가지로 매운맛을 세분화했다.
‘스파이시 펜타곤’ 지표도 개발해 맵탱 제품 패키지에 적용했다. 스파이시 펜타곤은 맵탱 제품에서 느낄 수 있는 매운맛 종류와 강도를 한 눈에 보기 쉽게 그래프로 도식화한 것으로, 소비자들이 취향과 상황에 맞게 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맵탱은 단순 파생 제품이 아닌, ‘불닭’ 브랜드에 고착화된 삼양식품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고, 새로운 매운라면 경쟁력을 구축할 차세대 주력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불닭신드롬’에 이어 새로운 매운맛 트렌드의 지평을 열고, 더 나아가 볶음면 외 매운 국물라면 시장에서도 선도적 입지를 굳히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농심은 이달 한정판으로 기존 신라면보다 2배 더 매운 ‘신라면 더 레드’를 출시했다. 신라면 더 레드는 스코빌지수가 7500SHU로 기존 신라면 3400SHU의 2배가 넘으며, 농심에서 판매하는 라면 중 가장 매운 제품인 앵그리 너구리(6080SHU)보다도 높다. 청양고추의 양을 늘려 매운맛의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후첨양념분말에 신라면 고유의 감칠맛과 잘 어울리는 청양고추, 후추, 마늘, 양파 등 향신 재료를 넣어 색다른 매운맛을 구현했다. 건더기는 표고버섯과 청경채 등의 양도 기존 신라면보다 2배 이상 늘렸다.
오뚜기는 ‘열라면’의 후속으로 마늘의 매운맛을 구현한 ‘마열라면’을 내놓았다. 마열라면의 모태 격인 열라면은 ‘모디슈머’ 열풍의 최대 수혜 상품으로 꼽힌다. 모디슈머는 자신이 재창조한 레시피로 기존 가공제품을 새롭게 즐기는 소비 행위다. 2020년 ‘순두부 열라면’ 레시피 확산 이후 열라면에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 먹는 모디슈머가 늘었다. 오뚜기는 열라면에 첨가하는 부재료로 마늘, 후추 등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마열라면에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자란 마늘과 입자가 굵은 후추를 동결건조한 ‘마늘후추블럭’을 넣어, 마늘‧후추‧고추 3가지의 매운맛의 조화를 구현했다.
팔도는 ‘왕뚜껑’의 매운 버전인 ‘킹뚜껑’을 통해 ‘국내에서 가장 매운 컵라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기존 왕뚜껑 대비 3배 높은 매운맛이 특징으로, 스코빌지수는 1만2000SHU다. 매운맛 원료인 ‘청양고추’와 ‘베트남하늘초’를 베이스로 사용했다. 스프량도 기존 왕뚜껑 대비 3g늘렸다. 매운맛 트렌드에 힘입어 킹뚜껑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 5월 집계 기준, 1000만개를 돌파했다. ‘틈새소스’와 ‘틈새소스 핫소스’ 등 틈새라면 특유의 매운맛을 활용한 틈새소스 2종도 내놨다. 스코빌지수는 각각 6500SHU와 4500SHU다. 팔도의 매운맛 레시피를 라면뿐만 아니라 다양한 메뉴에도 접목시키고 싶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기획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미식문화의 대중화‧전문화로 인해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평가 기준이 고도화를 이뤄, 단순히 맵기만 한 것은 선택을 받기 힘들어졌다”며 “어떤 원료를 어떻게 배합했고, 칼칼‧알싸‧시원‧걸죽 등 매운맛의 종류와 콘셉트를 얼마나 다양하게 구축할 수 있는지 등의 기술력이 새로운 경쟁력의 지표로 떠올랐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