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약속한 재정 준칙 한도 '3.0%' 훌쩍 넘어
추경호 "재정 소요-건전재정 기조 지점 고민"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정부가 2년 연속 20조원대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내년 예산안 증가율이 2.8%에 그친 배경에는 1000조원이 넘는 국가채무와 역대급 세수 펑크가 있다. 문제는 내년 총수입보다 예정된 총지출이 45조원가량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정부가 공언한 '건전재정' 기조 자체가 위협받을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2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내년 예산안은 656조 9000억원으로 올해 638조 7000억원 보다 2.8% 늘었다. 재정 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최소 증가 폭이다. 예산안이 내달 초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 각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위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확정된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20조원대 지출 구조조정으로 단행하며 '긴축 재정'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은 약자 복지와 일자리 창출, 미래 준비, 사회안전망 구축 등에 재투자한다.
이처럼 초긴축 예산 편성에도 '건전재정'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율이 올해의 2.6%에서 내년 3.9%까지 상승하면서 정부가 약속한 재정 준칙 한도(3.0%)를 넘어섰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92조원으로 올해 예산 58조 2000억원보다 33조 80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수치로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지표다.
내년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44조 8000억원으로 올해 예산 13조 1000억원보다 31조 7000억원 늘고,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0.6%에서 1.9%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세종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현재 재정 상황에서 총지출을 동결해도 관리재정수지는 GDP 대비 -3.2%인데, 3.0% 이하로 가져가려면 총지출 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돼야 한다"며 "경제 상황, 민생, 국민 안전을 위한 재정 소요를 감안하면서도 건전재정 기조를 놓지 않는 지점이 어디일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관리재정수지를 -3% 이내로 고집할 경우 전체적인 예산 규모를 더욱 감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필요한 재정 지출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통합재정수지는 -0.3%p, 관리재정수지는 -1.3%p 악화하지만 최대한 지출 증가율을 낮춘 결과"라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재정준칙안을 준수해 2025년에는 -3% 이내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재정 준칙 법제화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재정준칙 법제화를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여야 간 견해차로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위해 지금도 국회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있다"며 "여야 의원들 간에 이견을 많이 좁히고, 시간이 갈수록 긍정적인 분위기다. 시행 시기는 2024년 1월1일 예산편성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