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활력 저하' 우려 반영한 듯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공직자 등이 주고받을 수 있는 설·추석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가격 상한이 기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오른다. 그동안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청탁금지법에 의한 선물 가격 한도는 그대로여서 민생 활력을 저하한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었는데, 이를 반영한 것이다.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은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국무회의에서 선물 가액 범위 등을 조정하는 내용의 '청탁금지법'(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돼 30일부터 공포·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 시행령을 보면 우선 농수산물과 농수산가공품 선물 가액이 기존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오른다. 이에 따라 평소 선물 가액의 2배까지 가능한 설날·추석 명절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가격은 기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된다.
설날·추석 선물 기간은 명절 당일 전 24일부터 당일 후 5일까지다. 이번 추석은 다음 달 29일로, 농수산물과 농수산가공품 선물 가액이 2배로 오르는 선물 기간은 다음 달 5일부터 10월 4일까지다.
공직자 등이 5만원 이내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 범위도 확대된다. 현재 선물은 물품만 허용되지만, 앞으로는 물품 외에 공정거래위원회 표준 약관상 '물품상품권'과 '용역상품권'도 선물할 수 있다. 온라인 상품권(기프티콘)과 영화·연극·스포츠 등 문화관람권이 여기 해당한다.
다만 바로 현금화할 수 있어 사실상 금전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백화점상품권 등 금액 상품권은 포함되지 않는다.
올해로 시행 7년차를 맞은 청탁금지법은 청렴도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나, 그간의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금액이 상향되지 않아 민생 활력을 저하한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었다. 이번 개정은 이같은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최근 집중호우, 태풍, 가뭄 등 자연재해와 고물가, 수요 급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축·수산업계에 대한 지원과 문화·예술계 등의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정의 개정을 요구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다시 대두됐다"고 배경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공직자는 '직무와 관련'해서는 선물을 비롯한 일체의 금품을 받을 수 없다"며 "원활한 직무 수행, 사교·의뢰라는 정당한 목적 범위 내에서 일정 가액 범위 이하의 선물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