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총선' 패배 우려에 '막판 고심' 김기현…공천 기류 가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0월 예정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로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을 전략공천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국민의힘 상대 후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력 공천 대상자인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이변 없이 공천될 경우 '검경대결'이 성립돼 국민의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여당 지도부는 여러 변수를 고려하며 막판까지 공천 여부를 고심했으나 최근 공천으로 기조를 정했다고 알려졌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4일 국회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강서구청장 후보로 진 전 차장을 추천하기로 결정했다"며 "6일 당무위원회에서 진 전 차장을 공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 전 차장 공천으로 '미니 총선'이라 여겨지는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검경(검찰-경찰)대결'이 성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당 후보 중 가장 공천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 바로 대통령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검찰 수사관 출신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기 때문이다.
같은 날 공관위 부위원장을 맡은 이해식 사무부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검경대결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면서도 "후보의 확장성과 여러 차례 여론 조사를 통해 진 후보가 필승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진 전 차장 공천이 '검찰독재'라는 구호를 내걸며 정권과 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당 정체성에 부합하며,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당초 8월 말에서 9월 초 강서구청장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장고를 거듭하며 '무공천' 카드 역시 검토했다. 그러나 최근 공천으로 기조를 정해 김태우 전 구청장을 전략공천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7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의결 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공무상비밀누설죄 유죄 판결을 받으며 구청장직을 상실함에 따라 '당의 유책으로 보궐 발생 시 무공천' 원칙을 내세웠다. 이 같은 '원칙 강조'는 여당의 승리 가능성이 야당보다 다소 낮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후보를 냈다가 낙선할 경우 리더십에 크게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기초단체장 수백명 중 하나인 강서구청장 선거에 전력을 다해 승리해도 얻는 실익이 낮고, 패배 시 여당의 '수도권 위기론'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판단 역시 장고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의 '공익신고'를 인정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결정함에 따라 당내에서 명분 상 보궐공천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의힘 후보자를 공천해야 한다고 본다"며 "억지 법리로 공익 제보를 무력화해 사회 정의 실현의 길을 가로막은 사법 폭거에 의한 재보궐이기에 당헌 당규상 무공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5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등록된 예비후보는 총 12명이다. 이 중 진 전 차장으로 공천이 결정된 민주당을 제외하면 국민의힘에서는 김용성 전 서울시의원·김진선 현 국민의힘 강서병 당협위원장·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등 3명이 등록했다. 정의당에서는 권수정 전 서울시의원, 녹색당에서는 김유리 현 녹색당 서울특별시당 대표, 진보당에서는 권혜인 한의사, 민생당에서는 김영숙 현 혁신과미래연구원 수석부원장이 등록했다.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에서는 각각 이명호 전 강서구의원, 고영일 변호사가 나왔으며 무소속으로는 안성현 전 육군 소령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