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금리 상승이 은행 대출을 억제하고 있음에도 2분기 글로벌 부채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진국 시장이 이 같은 부채 증가를 주도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올해 2분기 글로벌 부채 규모가 307조 달러(약 40경8310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달러화 기준 글로벌 부채는 올해 상반기에 10조 달러(약 1경3300조원)으로 지난 10년간 100조 달러(13경3000조원) 증가했다. 최근 증가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글로벌 부채 비율은 2개 분기 연속 336%에 달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둔화로 인해 명목 GDP 증가 속도가 부채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 부채 비율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IIF는 이처럼 임금과 물가 압력이 완화하면서 연말까지 부채 비율이 337%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IIF의 엠레 티프틱 지속가능성 연구 담당 이사는 기자회견에서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궤도에 다시 올라탔다”며 “특히 이번 상승은 7분기 연속 부채비율이 하락한 이후 나온 것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된 영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과 정책입안자들은 최근 몇 달간 부채가 증가하면서 국가, 기업,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출과 투자를 억제해 성장을 위축시키고 생활 수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부채 증가는 80% 이상이 선진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과 일본, 프랑스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신흥시장 중에서는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에서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이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토드 마르티네스 미주 평가팀 공동 총괄은 대해 “오랜만에 선진국 시장보다 신흥국 시장이 개선된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신흥시장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중국, 한국, 태국을 중심으로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선진국들은 올해 상반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져 대조를 이뤘다.
티프틱 이사는 “가계 부채 부담이 대체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좋은 소식”이라며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경우 가계의 재정건전성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에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