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대중화로 제품 인식 개선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경제 불황형 소비가 늘어나면서 중고·리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도 중고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 백화점, 이커머스, 홈쇼핑 등 주요 유통기업들이 앞다퉈 ‘중고·리퍼’ 사업을 키우고 있다. 이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 등 이른바 ‘4고(高) 현상’의 여파로 불황형 소비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1년 24조원까지 6배 불어났다. 올해 3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앞으로도 연간 두자릿수 수준 성장세가 전망된다.
또한, 비주류로 인식되던 중고 거래가 대중화되자 중고 상품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드는 등 시각 자체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하반기 35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소비자 5명 중 3명 꼴로 최근 1년 사이 온라인 중고거래 이력이 있었다. 이 중 판매·구매를 모두 경험한 응답자는 약 31%에 달했다. 판매 사유로는 ‘불필요한 물품 정리’가 많았다. 구매 사유로는 ‘저렴한 가격’, ‘신상품 구매 부담’이 등이 꼽혔다.
중고 수요가 커지자 패션기업들은 일제히 중고 사업 강화에 힘을 주고 있다. 트렌드가 급변하는 패션 사업상 특성이 중고 거래를 진작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패션스토어 무신사의 자회사 에스엘디티는 이달초부터 스니커즈 중고거래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솔드아웃 중고’는 이전에는 새상품만 거래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용자들이 보유한 중고 거래까지 서비스 영역을 늘렸다.
코오롱FnC가 전개하는 자사 브랜드 중고 거래 서비스 ‘오엘오 릴레이 마켓’은 최근 남성복 브랜드를 순차적으로 입점시키며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코오롱FnC가 자사 브랜드 제품에 대한 중고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구축한 플랫폼이다. 중고마켓 솔루션 ‘릴레이’의 운영사 마들렌 메모리와 협력을 통해 작년 7월 정식 출범했다.
백화점 업계도 중고 사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신세계사이먼은 지난 8월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에 재고쇼핑몰 ‘리씽크’와 입점 계약을 맺고 매장을 전격 오픈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업계 처음으로 신촌점 유플렉스 4층을 중고품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로 탈바꿈했다. 더현대 서울에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오프라인 콘셉트 스토어 ‘브그즈트 랩’을 개장하고 각종 이벤트를 쏟아내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는 리퍼(리퍼비시) 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리퍼는 반품되거나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한 흠집이 있는 상품을 특가로 되파는 것을 말한다. 쿠팡은 지난 3월부터 ‘반품마켓’을 개시하고 있다. 포장, 외장, 구성품 상태와 작동 테스트 등 까다로운 검수를 통해 미개봉, 최상, 상, 중 등 4가지 등급으로 분류해 신뢰도를 높였다. 그 결과, 서비스 론칭 3개월 만에 고객수가 35% 증가하는 효과도 톡톡 누렸다.
11번가는 지난 4월 리퍼 제품 전문관 ‘리퍼블리’를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가전, 리빙, 건강, 취미·레저, 도서 등 6개 카테고리로 앞세워 파편화된 소비자 니즈를 부합하도록 했다. 특장점으로 꼼꼼한 품질 검수, 애프터서비스(AS) 지원 등이 있다.
티몬도 리퍼상품 전문관 ‘리퍼임박마켓’을 통해 가전·디지털뿐만 아니라 유통기한을 앞둔 가공·건강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등 330여종에 이르는 상품들을 추려 실속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7월 리퍼 전문 라이브커머스(라방) ‘줍줍하쇼라’를 열었다. 해당 라방은 리퍼브 제품을 최대 70% 할인가에 내놓는 방식이 특징이다. 1회 방송에선 중고가구 직거래 플랫폼 ‘오구가구’와 손잡고 리퍼브 가구를 선보였다. 리퍼 상품 인기 상승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준비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장기화로 중고 거래가 기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확산하면서 기업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중고 제품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면서 업체들도 중고 및 리퍼 상품군을 확충하고, 이를 팝업이나 전용매장을 활용해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