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가계의 여윳돈과 기업 자금이 은행 예적금에 몰리면서 지난 8월 시중에 풀린 돈이 한 달 새 9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또한 금융기관 사이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환매조건부채권(RP) 등의 시장형 상품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17일 공개한 '2023년 8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광의통화(M2) 평잔은 3829조6000억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8조8000억원(0.2%) 증가했다. 이는 지난 6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증가율이 전월의 0.7%보단 축소됐다. 1년 전과 비교해도 2.2% 불어나 전월(2.5%)에 비해 오름 폭이 작아졌다.
M2는 넓은 의미의 통화량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현금 및 수시입출식 예금과 2년 미만의 정기예적금·금융채를 포함한다. M2는 지난 1월에 거의 10년 만에 처음 감소한 이후 지난 2월에 반짝 증가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3월부터 5월까지 외환위기 이래 처음으로 3개월 연속 감소한 뒤 6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연 3.5%의 높은 기준금리가 운용되는 가운데서도 시중 자금은 석 달 연속으로 풍부해진 셈이다. 상품별로는 정기예적금(+7.7조원), 시장형상품(+4.3조원)에 돈이 몰렸다. 특히 정기예적금이 가계자금 유입과 일부 은행의 적극적인 기업자금 유치 덕을 봤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형상품은 지난해 4분기에 판매된 고금리 예적금의 만기 도래 등으로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수요가 늘면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전신탁(-2.9조원)은 신탁시장 위축에 따라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고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2.6조원)은 전월 유입된 결제성 자금이 빠지면서 감소 전환했다.
주체별로는 기업(+9.0조원)과 기타금융기관(+3.6조원), 기타부문(+1.6조원)에서 증가했고 가계 및 비영리단체(-0.2조원)에서는 요구불예금을 중심으로 소폭 감소했다.
현금과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저축성예금만 포함하는 좁은 의미의 통화량(M1)은 한 달 전보다 2조8000억원(-0.2%) 감소했다. M1은 지난 7월에 역대 최장 기간인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끝내고 잠깐 증가로 돌아섰으나 다시 한 달 만에 감소세를 나타낸 것이다.
만기 2년 이상의 금융상품 등을 포함한 금융기관유동성(Lf)은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국채·지방채까지 포함한 광의 유동성(L)은 0.1%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