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피해자들 “검사·감독 소홀 금감원 책임”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17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라임펀드 특혜성 환매’ 논란과 관련해 공방이 이어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8월 말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3대 사모펀드 재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뭔가 잘못된 책임이 있다면 제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특정 야권 인사를 겨냥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실무진들이 형사처벌 위험을 감수해가며 업무를 처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라임펀드 특혜성 환매 적발 사건은 일찍이 국감 주요 현안으로 꼽혀왔다. 금감원은 지난 8월 24일 라임·옵티머스 등 펀드 환매 사태를 재검사하면서 유력 인사인 ‘다선 국회의원’이 포함됐다고 발표한 바 있고, 해당 인사로 지목된 야당 의원을 두고 공방이 이어졌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금감원이 사모펀드 태스크포스(TF)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굳이 ‘다선 국회의원이 투자자에 포함돼 있다’는 내용을 넣었고, 발표 수시간 뒤 언론이 이 의원이 야당 소속 국회의원이라고 보도했다”며 “앞서 나온 정치적 조사에 대한 우려가 실제로 발생한 것이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이 원장은 “천 검사가 금감원의 자본시장 업무 관련해 검찰과의 조율 등을 담당하고 있어 업무에 참여하긴 했으나 사모펀드 TF 발표에 직접 관여한 바는 없다”고 했다. 이어 “수석부원장이 검찰과 관련한 조율 업무가 필요하거나 직접 법률 업무를 검토할 때 파견 검사가 (금감원의 업무에) 관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검사를 비롯해 금감원 실무자들도 자칫 잘못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처벌) 위험을 감수해가면서 업무를 처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하한가 사태, 불법 공매도, 가상자산 관련 대응 등 기본적으로 거래소나 금융위원회와 같이 하지만 단기적 대응에는 검찰과 협조가 제일 중요하다”면서 “저희가 (법무부에) 사정해서 (검사) 인력을 데리고 오는 거다. 지금 당장은 외국계 불공정거래나 사모 전환사채(CB) 등 할 일이 많아서 검찰 협조를 담당할 실무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잇따른 은행권 금융사고와 관련해 금감원 차원의 특단의 조치를 묻는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 “최고경영자(CEO)라든지 최고위층 판단의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내부 핵심성과지표(KPI)가 아무래도 어떤 이익 추구 경향을 극대화하는 형태로 적용하고 있으므로 CEO가 됐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됐건 반복적이고 중대한 문제에 대해선 관련 책임자를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3000억 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한 경남은행에 대해선 “오랜 기간 같은 업무를 하지 말자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고, 확인요청에서도 없다고 회신까지 오는 상황에서 금융사를 너무 신뢰한 측면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조금 더 날카로운 시각으로 감독·검사에 임하겠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퇴직자들이 피감기관인 금융사나 법무법인으로 이직하는 부분에 대해선 “사적 접촉을 아예 차단하고 공식적인 사무실에서의 만남 이외에는 다른 만남은 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인사 조치를 하는 등 필요한 부분에서 징계를 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는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피해 회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사모펀드 피해자 문제가 진정성 있게 다뤄지길 요구한다”며 “피해자 원금회복과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금감원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1차 원인은 2015년 정부가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실행하며 우후죽순 생겨난 자산운용사의 등록을 용인한 것”이라며 “판매사에 대한 검사와 감독 업무를 소홀히 한 금감원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