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기획단, '중진 출마 제한 '김은경 혁신안 검토
정청래 "불출마가 공천 개혁 화두 되는 건 아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6선의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 내 이른바 '중진 용퇴론'에 다시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여기에 당 총선기획단이 '현역 평가 강화'를 골자로 하는 김은경 혁신위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해 인적 쇄신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21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6선의 박병석 민주당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이제 나의 빈자리는 시대 소명이 투철하고 균형감각과 열정 가진 새 사람이 맡아주길 염원한다"며 "이제 국회에서의 내 역할은 내려놓을 때라고 판단했다"고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이 혁신위를 띄우고 영남 중진의 수도권 험지 출마를 권고하는 등의 변화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자신의 불출마 선언이 당내 '중진 용퇴론'의 명분으로 확대 해석되는 것은 경계했다.
박 의원은 "선수가 출마의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며 "정치도 청년의 패기, 장년의 추진력, 노장의 경륜과 지혜가 함께 어우러질 때 발전될 수 있다. 어느 정도 비율로 할 것인지는 시대의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분이 (불출마를)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있겠지만 영향을 미칠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같은 날 당 총선기획단이 '중진 출마 자제'와 '현역 평가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김은경 혁신위의 혁신안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박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오히려 '중진 용퇴론'의 명분을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기획단 간사인 한병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성과 청년, 정치 신인 등의 등용 확대를 언급하며 "미래청년세대에 다양한 인재를 발굴해 우리 당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향후 노력할 계획이고 그런 분들이 중심에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당연히 진행할 것이다. 여러 현안 사항과 주장에 대한 내용은 논의해 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중진 용퇴론'의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중진 용퇴론'에 더해 당 지도부의 '험지 출마론'까지 주장하면서 국민의힘과의 혁신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도 국민의힘보다 더 많은 다선의원을 험지로 보내는 내살 깎기를 시작해야 한다"며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장군들이 앞장서지 않고 병사들만 사지로 몰면 누가 따르겠나"라며 "'친명 안방, 비명 험지'로 방향을 잡았다가는 100석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 지도부는 '중진 용퇴론'의 확산을 잠재우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박 의원의 불출마에 대해 "선배로서 담대한 결정을 했다. 잘하셨다는 분위기가 의원들 전체 방에서 있었다"면서도 "이 불출마 문제가 마치 총선 공천의 개혁인 양 화두가 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예년의 선거를 쭉 보면 어차피 물갈이는 40에서 50%가 된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바람직하냐는 부분은 있다"며 "정책으로 총선 전략을 짠다기보다는 충격 요법을 당에서 내미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또 "불출마하더라도 자발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 떠밀려서 하는 것은 감동도 없다"며 "각 당이 컷오프, 자르기 경쟁으로 가는 총선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