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상승이 매매 반등 이끌지 미지수"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지난 2020년 주택 호황기 때는 전셋값이 큰 폭으로 상승해 매맷값을 끌어올렸으나, 내년에는 이와 사뭇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세 대란 속에서도 매맷값은 고전을 면치 못하며 침체가 장기화됐던 2010년대와 지금 상황이 더 닮은 꼴이라는 것이다.
9일 한국부동산원 주간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21% 상승하며 전주(0.19%) 대비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서울 25개구 중에서 성동구가 0.52%를 기록해 가장 가파르게 올랐고, 이어 대표 학군지 목동이 위치한 양천(0.37%) 및 용산·송파(0.35%)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복수의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강남권 전셋값은 점진적으로 상승 추세로 조금씩 그 갭이 줄고 있다"면서 "금리만 떨어지면 세입자들이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20년도 호황기 때 전셋값 상승이 매수 전환과 갭투자 수요를 강하게 자극했듯이, 이번에도 전셋값이 먼저 뛰어 올라 매맷값 또한 재반등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반면 일각에선 전셋값이 매맷값의 하방 경직성으로 작용하는 것을 고려해도, 예전과 같은 양상으로 주택 시장을 자극할 것인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팽팽하다.
앞선 사례를 살펴보면 2010년대 당시 서울 주택의 매맷값은 2011년 9월부터 13년 3월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한 반면, 전셋값은 등락을 반복한 때도 있었으나 같은 기간 무려 5%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세가율이 65%를 넘어서며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이후 주택 시장 침체가 깊어진 배경으론 향후 매맷값이 오르기 힘들다는 심리가 강했던 점이 지목된다.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하면서 경제가 얼어붙기 시작하던 때였다.
이한국 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2024년 건설부동산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매맷값은 2% 하락, 전세는 2% 상승할 것으로 봤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예컨대 2010년대를 살펴보면 당시 유럽재정 위기 등으로 매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기간이 길어졌다"며 "그러면서 전세가격은 굉장히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어떻게 보면 지금과 유사한 상황인 듯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전세가격이 상방 압력을 받고 있고 실질적으로 전셋값이 오르고 있음에도 이것이 매매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무주택 서민이 가장 힘든 시기"라면서 "전셋값과 대출 이자, 분양가는 계속 오른다고 하는데 금리 때문에 집을 살 수는 없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