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보수적' 지적에···"저보다 진보적 판결 낸 사람 없어"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여야가 5일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를 국회로 불러 임명 적격성 여부를 검증했다. 국민의힘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훼손됐던 사법부 독립을 바로 세울 것을 주문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조 후보자의 보수 성향을 우려하며 판결 등에 대한 입장 요구에 주력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인사청문회를 열고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조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살폈다. 조 후보자의 '청렴'에 대해선 여야가 어느 정도 입장을 같이 하면서 이날 청문회 질의는 재판 지연 문제와 판결에 대한 조 후보자의 견해를 묻는 것에 집중됐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김 전 대법원장 재임 기간 사법부가 특정 정당과 관련된 사건에만 지연된 판결을 내놨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기소된 지 3년 8개월 만에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는데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은 대법원의 같은 1부에 올라갔다. 이후 3개월 만에 의원직을 상실했다"며 "윤미향 의원은 1심이 1년 5개월 걸렸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3년 9개월이 지났는데 2심에 그대로 있다. 뭔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지, 국민들은 권력에만 사법부가 동조한다는 의심을 갖는다"며 "정치권에서 여야가 판단을 달리 받는다거나 재판 지연이 그때그때 다르다(는 의심이) 가장 많이 일어난 게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이라고 지적했다.
유상범 의원도 "후보자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국민들이 느낀 법원에 대한 불신을 일소하실 책임이 있다"며 "여러 주문을 하겠지만, 첫째가 정치적 편향성 논란으로 점철된 대법원 재판에 대한 공정성 회복이고 또 하나는 재판 지연 문제의 신속한 해결"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대법원 판례 등을 제시하며 조 후보자의 입장을 요구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의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를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대법원 판례 아니냐"며 "근로관계의 실질성으로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것에 대해 조 후보자의 견해가 기존의 대법원 입장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오 의원은 조 후보자의 원론적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답변이 소극적이면 후보자가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찾아보시면 저보다 진보적인 판결을 많이 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5~6일 이틀간 진행될 예정이다.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것은 지난달 8일 후보자로 지명된 후 27일 만이다. 현재 대법원장 자리는 앞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 후임으로 지명됐던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판사가 35년 만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2달 넘게 공백 상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