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연 인간이 연 것은 새로운 미래의 문일까, 아니면 판도라의 상자일까
- 기발하고 섬뜩한 상상력의 미스터리 소설
- 기발하고 섬뜩한 상상력의 미스터리 소설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휴브리스(HUBRIS)란 인간의 오만, 지나친 교만, 자기 과신, 오류를 뜻하는 단어다.
이 소설은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장치를 소재로 인간과 오만과 어리석음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기발하고도 섬뜩하게 그려낸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과 일부 동물보호단체는 이를 크게 반기지만, 한편으로는 미심쩍어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정말 저 조그만 기계가 인간과 동물이 대화를 할 수 있게 해 준다니. 설령 그렇다고 해도 말이 통하면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동물인가, 아니면 새로운 개체인가.
논란 속에 출시된 MLF는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고, 뉴스는 연일 MLF에 대해 떠들기 바쁘다. 신성물산에 다니는 이 대리, 정 과장, 구서희 등도 자신의 반려동물과 대화를 나눌 생각에 잔뜩 들떠 비싼 가격에도 개의치 않는다.
한편 자신의 반려견 타이거에 MLF 칩을 이식한 이 대리는 어느 날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과연 아기와 타이거를 함께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이 대리와 아내의 대화를 타이거가 듣게 되는데…….
‘인간과 동물의 대화가 통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은 누구나 한 번쯤 해 보았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이나 동화처럼 동물과 인간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이 떠오른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강아지 번역기’가 유행하기도 했다. 실제 효과가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자신의 반려동물과 대화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어리석음도 존재한다. MLF를 발명한 WWW!사의 회장과 MLF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MLF가 동물의 복지를 증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멸종위기 동물을 구하고, 동물권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막상 MLF가 출시됐을 때 사람들은 자신들의 반려동물을 훈련하는 데 바빴지, 그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MLF를 자신의 욕심대로 사용하는 잘못을 범하고 만 것이다.
이 소설은 인간의 오만과 어리석음이 초래하는 재앙을 반려동물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실감 있게 그려 나간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가 내세우는 ‘~를 위하여’라는 명분이 정말 누구를 위한 건지, 혹 그 명분이 자신의 욕심을 가리기 위한 위장에 불과한 게 아닌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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