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여당 ‘총선 흔들기’ 반발 거부권 시사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8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주가조작) 처리를 예고하면서 여야 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여권에서는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야당의 '총선용 정치 공세'라는 반응이어서 향후 윤석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여론 등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의 선택 여부와 상관없이 내년 총선 정국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쌍특검법 처리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는 "특검법은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돼 28일 본회의 처리를 미룰 수 없다"며 "특검은 특검대로, 특별법은 특별법대로, 민생 법안은 민생 법안대로 각각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원내 운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쌍특검 법안은 지난 4월 27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 국회법에 따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 기간 180일을 거쳐 지난 10월 24일 본회의에 부의됐다. 본회의에 부의된 이후 지난 22일까지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서 오는 28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될 예정이다. 민주당이 원내 다수당인 만큼 야당이 주도하는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확실시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목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여당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총선용 정치 공세'라는 입장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같은 날 개최된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사법적 정의 실현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처음부터 총선용으로 기획된 국민 주권 교란용 악법"이라며 "민주당의 정략적 행동에 응하거나 협조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에서도 '김건희 특검법'을 야당의 정쟁용 움직임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총선에서 야당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4일 KBS 시사프로그램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28일 법안이 통과돼 국회에서 정부로 넘어오면 우리가 입장을 잘 결정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 보겠다"면서도 "총선을 겨냥한 '흠집 내기' 의도의 법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확고하게 갖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따라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추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총선 후 특검·독소조항 제거'라는 '조건부 수용안' 가능성 역시 희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도 지난 19일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든 악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한 여론은 부담이다. 지난 7~8일 실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7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p)·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특검 수용 여론이 우세한 상황인 만큼 윤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든 대통령 가족과 관련한 문제가 총선 이슈로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