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바라본 한국의 출산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용적 이민정책’은 유럽에서 현재진행형인 인구정책이자 한국 정부가 고심하고 있는 대안이다.
대한민국의 2022년 출산율은 0.78명이다. 여성이 한 명이 평생에 낳는 아이가 한 명 미만이라는 의미로, 기존 인구로 국가의 안정적인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숫자에서 상당히 부족한 수치이다. 고물가, 주택문제, 경쟁적 교육문화, 직장 및 가정 내 성불평등, 청년층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변화 등에서 원인을 찾은 기존 연구들은 저출산이 하나의 요인에서 기인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최근 발표된 영국의 출산율은 1.55명으로, 이는 1938년 이래로 최저치이다. 영국에서 낮은 출산율의 원인으로 제시된 요인은 대체로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브렉시트(Brexit)와 줄어든 이민자 수가 우리나라와는 다른 주요 요인으로 제시된다.
저출산이 일으키는 심각한 경제·환경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쉽게 이민정책을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유일한 분단국가로 국가 안보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 이외에도 단일민족국가를 지향해온 문화적, 역사적 배경도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인구정책의 투입 대비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다. 임시방편에 불과한 현금성 지원과 불임치료지원 등의 정책은 유의미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대한민국도 이민청 설립으로 대표되는 이민정책을 고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본다.
이민정책에 있어 영국은 유리한 사회문화와 제도를 갖추고 있다. 첫째, 지리학적으로 다문화 다인종 국가를 유지해온 유럽에 있다는 것. 둘째, 개방적인 이민정책과 높은 이민율. 셋째, 유연하고 분권적인 정치체제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복지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주로 보편복지의 확대를 통해 인구문제에 접근하고 있는데, 무료의료체계인 국민보건 서비스(NHS), 무료교육, 아동수당 그리고 육아휴직 제도, 무료보육시간연장 등의 제도는 비교적 저소득층이 많은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영국이 한국보다 높은 출산율을 보이지만 예기치 못한 부정적 영향들(side effects)도 주목받고 있다. 이민정책의 득과 실을 논해보자면, 외부 인구 유입을 통한 인구 증가와 구성원의 다양성 확보가 득이다. 반면, 치안과 사회갈등,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원주민들의 복지 부담 증가가 실이다.
영국의 아동빈곤행동그룹(Child Poverty action group)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동을 18세까지 양육하는데 2022년에 일반가정의 경우 15만파운드(약 2억4700만원). 한부모 가정의 경우 20만파운드(약 3억2900억원)가 필요한 것으로, 2023년엔 각각 16만6000파운드(약 2억7300억원), 22만파운드(3억6200억원)로 약 10%씩 증가했다. 이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정책 방향을 가지고 있는 영국 정부는 단기적 관점에서 인구정책의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이민자가 아닌 국민에게는 비용의 부담과 역차별이라는 문제가 새롭게 발생하게 됐다.
‘수용적 이민정책’을 고민하고 있다면, 비교적 불리한 한국의 이민환경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영국 이민정책의 명과 암을 느끼며, 한국의 인구정책은 이민정책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 내부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문화적으로 융화될 수 있고, 국민 정서에 부합할 수 있는지를 묻는 기준을 지켜 무리한 영국의 사례를 통해 이민정책으로 또 다른 사회문제를 떠안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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