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배상 '제3자 변제' 고집···대법원 판결 배치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8일 열린다. 조 후보자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지연을 위한 '재판 거래'의 주요 인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5년 양승태 사법부 당시 소위 '사법 농단'의 핵심 사건이다.
또 조 후보자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에도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이날 청문회에선 이에 대한 여야의 첨예한 공방이 예상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한다. 야당은 강제징용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 조 후보자가 외교부 수장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어서, 임명을 주장하는 여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번 인사청문회 최대 쟁점은 조 후보자의 '재판 거래' 의혹이 될 전망이다. 재판 거래 의혹은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 등 숙원 사업을 위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와 협의로 강제징용 재상고심 판결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당시 조 후보자는 외교부 2차관을 역임했다. 2015년 6월 재판거래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을 만나 강제동원 재판 재상고심 진행과정 전반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2015년 6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총 세 차례 법원 인사들과 만났다. 검찰은 이들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2012년 5월 24일 대법원의 판결을 재상고심에서 뒤집을 수 있는지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청문회 서면 답변서를 통해 "재판 거래라고 불릴 만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법원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소통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기소되지는 않았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과 관련해 '제3자 변제'를 고집하는 조 후보자의 견해도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최근 대법원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본 기업을 상대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징용 피해자들에게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민간 기여를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 해법을 추진해 오고 있다.
조 후보자는 서면 답변서에서 "원고들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하실 경우 조속히 판결금을 수령하실 수 있도록,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해법을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정부 입장과 궤를 같이했다.
한편 조 후보자의 병역 관련 문제도 청문회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앞서 두 차례 신체검사에서 현역병 입영 대상으로 판정받았지만, 1981년 재검사에선 '활동성 폐결핵 경도'로 판정받아 병역면제 대상인 '병종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1978년 8월 대학 4학년 재학 당시 징병검사를 받아 3을종 판정(근시, 현역)을 받았으나, 1979년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당시 규정에 따라 병역을 연기했다"며 "이후 폐결핵 발병으로 입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