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불출마·험지차출 등 ‘희생’ 언급은 없어 ‘속도조절’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중진 의원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회동 초미의 관심사는 인요한 혁신위원회 활동 당시부터 거론된 '중진 희생론'을 한 비대위원장이 재차 꺼낼지 여부였으나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한 비대위원장은 전날 공천관리위원회가 정한 시스템 공천의 취지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4선 이상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는 하지 않던 시스템 공천을 보수당에서 처음으로 실시하게 된 취지에 대해 설명드렸다"며 "그 취지에 대해 (의원들이) 굉장히 잘한 것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전날 회의를 통해 총선 지역구를 4개 권역으로 나눠 현역 국회의원을 평가하는 안(교체지수)을 내놨다. 교체지수 산식에 따라 권역별 하위 10%에 든 현역 의원 7명은 공천에서 아예 배제되고, 하위 10%~30%에 포함된 18명은 감점을 안고 경선을 치르게 된다.
눈에 띄는 것은 '동일 지역구 다선의원 조정지수'가 생긴 것이다. 공관위는 동일 지역구에서 3선 이상을 한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경선 득표율에서 -15%를 차감하기로 했다. 해당 의원이 권역 평가에서 하위 10%~30%에 들었다며 최대 35%가 감산되는 것이다. 승패가 바뀔 수 있는 수치다.
해당 조항은 이날 한 비대위원장과 만난 중진 의원들에게는 치명적이어서 불만이 터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 위원장에 따르면 참석 의원 대부분이 공천 기준의 취지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만큼 당장 논란이 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비대위원장은 공천 룰 개정으로 '현역 물갈이'가 쉬워졌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았다. 한 비대위원장은 "누가 나가느냐를 정하는 것이 공천이다. 누구를 내보내느냐를 정하는 것이 공천이 아니다"라며 "이길 수 있는 분,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분을 (공천을 통해) 제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천학살 우려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라며 "오히려 민주당 공관위를 보면 다 이재명 대표 관련자다. 거기야말로 이 대표의 사당 공천을 위한 공관위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두고 보시면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초미의 관심사였던 중진들에 대한 '희생 요구'는 이날 주요 화두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희생은 중진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뜻한다. 공천 룰이 정해진 직후 중진들에게 희생을 요구할 시 내홍이 불거질 수 있어 한 비대위원장이 속도 조절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동에 참석한 윤상현(4선·인천 동구미추홀구을) 의원은 취재진에 "(중진 희생 요구는) 없었다"며 "(공천) 룰에 대한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 다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