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25일 처리 사실상 '불발'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둘러싼 여야 논의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여당은 야당이 지속적으로 요구 사항을 추가하며 사실상 협상을 거부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등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당장 오는 25일 본회의에서도 유예 법안의 처리가 난망한 상황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두고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되면 중소기업 경영 부담과 폐업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발생해 결과적으로 근로자가 피해를 본다는 설명이다. 야당은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더 급한 쪽은 여당이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당장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여당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을 추진해야 하는 형국이 됐다.
그러나 민주당의 요지부동으로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의 연내 설치를 '협상 제1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아울러 '산재예방 예산' 2조원 확보도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이에 대한 어떠한 준비나 언급이 없어 협상 진척이 없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앞서 민주당은 △정부가 2년간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공식 사과 △최소 2년간 매 분기 구체적인 준비 계획 및 예산지원 방안 △2년 유예 후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정부와 관련 경제단체의 공개 입장 표명 등 유예 논의를 위한 3대 조건도 제시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터무니없는 요구로 사실상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이 앞선 민주당 요구 사항을 대다수 수용하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민주당에서 더 무리한 조건을 내걸어 협상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25일 본회의에서 유예 법안 처리가 어렵다는 것을 여야 모두 인지하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도 '현실적 대안'으로 중대재해처벌법 '계도기간'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도기간은 제도 변경으로 인한 사회 혼란이나 이해당사자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단속과 행정제재를 하지 않는 일정한 기한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은 인명과 직결된 사고에 적용되는 것이다. 계도기간에 사고가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계도기간의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 현장은 오는 27일부터 적용된다. 국민의힘은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법 개정안을 냈지만, 현재 해당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