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요구 ‘일축’ 한동훈에 대통령실 일단 관망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한 달이 되기도 전 거취 압박 요구에 휩싸였다. '김경율 사천' 논란으로 대통령실이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면서 '당정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한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비대위원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한 지 불과 28일만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분석이 나오며 당내 한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불거진 상황이다. 특히 전날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여겨지는 이용 의원이 관련된 내용의 기사를 국회의원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에 공유한 사실이 알려지며 윤 대통령의 지지 철회가 사실처럼 굳어졌다.
이에 대해 이날 한 위원장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면서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가 실제 존재했음을 시사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진다"고 발언하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윤 대통령의 사퇴 요구는 최근 한 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에 대해 마포을 지역구에 출마할 것이라고 공개 발언하며 '낙하산 공천' 논란이 빚어진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내각 출신 등 측근에 대해서도 '공정한 경선'을 강조했지만 한 위원장이 '사천'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크게 분노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천 논란 자체보다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가 더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한 여당 관계자는 "김경율 비대위원의 공천 시도로 의원들 사이에 위기감이 고조됐다"며 "만약 의원들이 공천에 탈락하거나 신당으로 이탈할 경우 국회 재의결 절차가 남은 '김건희 특검'의 통과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앞서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등의 행보를 보인 것도 분노의 원인 중 하나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의 거취를 놓고 이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언론을 이용해서 그것(사퇴 압박)들을 계속해서 몰고 가는 것은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건강하지 않다"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에 대한 '이간질'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영호 의원도 "민주당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한 위원장을 우리 손으로 쳐낸다면 가장 기쁜 건 민주당"이라면서 "총선을 79일 앞둔 지금은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끝까지 가야 한다"고 한 위원장을 두둔했다.
그러나 홍준표 대구시장은 "임명직만 해봐서 잘 모르시겠지만 국민과 당원의 신뢰를 상실하면 선출직 당 대표도 퇴출된다. 빨리 수습하라. 총선이 80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 위원장을 직격했다.
신평 변호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한동훈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서 여권의 강성 지지층이 보내는 환호와 열성에 도취했다"며 "가혹하게 들리겠지만 그는 스스로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신평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초기 '멘토'로도 불린 측근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생활규제 개혁 ‘민생토론회’에도 불참했다. 민생토론회는 윤 대통령이 매번 직접 참석해 정책을 발표할 만큼 당정 차원에선 중요도가 높은 행사다. 이번이 다섯번째지만 윤 대통령은 행사 30분 전 불참을 통보했다. 전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거부한 데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