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김기현 등 여당 지도부와 잇단 갈등 표면화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노골적인 당무 개입 후폭풍이 거세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가 알려지면서 윤 대통령이 서둘러 갈등 봉합에 나서고 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이 사실로 밝혀진 만큼 향후 국정 운영 부담은 물론, 권력 남용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23일 오후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 현장을 방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윤 대통령은 이날 외부 공식 일정이 없었으나,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직접 현장을 돌아보기로 했다. 한 위원장도 기존 예정된 일정을 조정해 윤 대통령과 비슷한 시간에 현장에 도착했다.
앞서 두 사람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가능성과 관련한 '사천(私薦)' 논란을 놓고 갈등을 표출한 바 있다. 이후 지난 21일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 요구를 전달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실제 한 위원장은 이튿날인 22일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 및 당무 개입 여부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평가는 제가 하지 않겠다. 그 과정에 대해선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며 사퇴 요구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임기까지 비대위원장직 수행 의지를 드러내면서 두 사람 간 정면충돌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2021년 12월 성비위 의혹에 대한 증거인멸 교사 등과 관련한 징계에 이어, 2022년 7월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10월에는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양두구육' 등 비난했다는 이유로 당원권 1년 6개월 추가 징계, 당 대표직을 내려놨다. 당시 이 전 대표 중징계 배경에 윤 대통령 의중이 작용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해석이었다.
김기현 전 대표 자진 사퇴 역시 사실상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작용했다는 게 시각이 많다. 이 밖에 3·8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당시 유력 주자인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역시 대통령실의 '각 세우기' 등으로 주저앉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이준석·김기현 전 대표에 이어 한 위원장까지 당무 개입을 표면화하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날 <매일일보>와 통화에서 "대통령의 당무 개입 의혹은 야당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정치적으로 쟁점화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아시다시피 법적으로 금지돼 있고, 자칫 권력 남용으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이준석 전 대표 끌어내리고, 김기현 전 대표 끌어내리고, 총선 3개월 앞두고 또 비대위원장 끌어내리고. 이렇게 해서 총선을 치르겠나"라며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고, 야당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도층을 포함한 부동층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이다. 박 평론가는 "중도에 있는 부동층이 한 30~40%가 된다. 이들이 바라볼 때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을 안 하겠나"라며 "그러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윤 대통령 심판론'에 함께 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