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 '공천 기준' 두고 갈등 확산 소지도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후보자 공천 신청과 면접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공천 준비에 나섰다. 양당이 총선 승리를 위한 방안으로 인적 쇄신에 집중하면서 상당수 현역 의원들이 컷오프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여야 모두 모호한 기준이나 전략공천 등을 놓고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추후 공천 결과를 둘러싼 잡음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29일부터 다음달 3일 오후 6시까지 지역구 후보자 공천 신청을 받는다. 공천 신청 후보자는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와 국회의원 임기중 금고 이상 형 확정 시 세비 전액 반납 서약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이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내세운 '정치개혁' 과제로 공언한 것들이다.
공관위가 발표한 기준에 따르면 현역의원은 '당무감사 결과 30%+공관위 주관 컷오프 조사 결과 40%+기여도 20%+면접 10%'를 교체지수로 평가한다. 이에 근거해 총 7명의 하위 10% 현역 의원이 컷오프 된다. 컷오프를 피했더라도 하위 10~30% 구간에 포함되는 현역 의원들은 경선에서 득표율의 20% 감점을 받는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역 의원 컷오프 확대 가능성'과 관련해 "아직 윤곽이 나오지 않았지만 (컷오프) 7명은 명확하다. 그 정도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달 31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지역구 후보자 면접을 실시한다. 첫날 대구·울산·경북·인천 일부 지역 후보자 대상으로 시작해 내달 5일 부산·경남 후보자 면접을 끝으로 마무리한다. 지역구별로 총 200회에 나눠 하루 평균 35건씩 진행할 계획이다.
민주당 공관위는 일률적인 컷오프를 시행하지 않는 대신 하위 평가자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했다. 의정 활동과 당 기여도 등 현역 평가 결과에 따라 '하위 20%' 의원들을 분류했다. 하위 20%는 경선 득표수 20%, 최하위 10%는 득표수 최대 30% 감산 페널티를 받는다.
당초 현역 평가 하위 20% 의원에 경선 득표의 20%를 일괄 감산했지만, 지난해 12월 중앙위원회를 통해 하위 10% 이하 의원은 감산 비율을 30%로 높이도록 당헌이 개정된 바 있다. 감산 비율 30%가 적용된 현역 의원이 가산 20%를 받는 여성·청년 신인과 붙게 되면 경선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다. 본선 경쟁력 자체가 낮은 현역의 경우 컷오프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여야가 인적 쇄신을 목표로 공정한 공천에 주력하고 있지만, 현역 의원이 대규모로 물갈이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의 경우 후보별 평가 과정을 계량화한 '시스템 공천'에도 불구하고, 현역교체지수에서 당 기여도 등 모호한 정성평가 항목이 포함돼 있는 점은 불안 요소다. 지난 23일 공관위가 발표한 '전략공천(우선 추천)' 지역도 50여개에 달하면서 이른바 '윤심 공천', '사천(私薦)' 논란 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국민참여공천제'를 통해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이 제안한 공천 기준을 평가 항목에 반영해 투명하게 공천 심사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설문 응답 시 별도 인증 절차가 없는 탓에 중복 제출이 가능하다는 점은 한계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강성 지지층 영향이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