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지하화·저출산 대책 등 현실성 의문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부동산 규제 완화 관련 법이 정치권 불화로 불발되고, 그나마 이견이 없는 사안들도 디테일이 떨어지면서 총선 전 포퓰리즘 정책 남발에 따른 시장 혼란이 우려된다.
현실성이 떨어져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정책들은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철도 지하화나 저출산 대책 등이 대표적이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월 자신 있게 내놓은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 1·10부동산대책 주요 사항들은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밀어붙여도 야당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실제 시행 전에 파기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앞서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유예와 실거주의무 폐지를 장담했지만, 야권 반대로 시행이 무산됐다.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향후 특혜시비나 역차별 논란 등이 도사리고 있지만 정부 발표에선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이 빠진 상황이다.
일례로 최근 통과된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이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재초환) 개정안은 구체적인 이주대책과 기부채납 또는 임대주택 비중 논란 등에 대한 대비책은 나오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정책별로 가장 중요한 재원 마련 방안 등에 대한 세부 계획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여야는 철도 지하화 공약을 내놓았다. 이는 의석수가 가장 많은 서울·수도권 지상 철로를 지하로 옮겨 소음·분진 피해, 만성 교통체증을 해결하고 철로 부지에는 대규모 건설사업을 유도해 낙후된 도심을 살린다는 취지다.
다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은 70~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비에 대해 민자유치로 진행하겠다는 방침만 내놓은 상태다.
여야가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도 비슷한 양상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신혼부부 1억원 대출부터 출산휴가·육아휴직 적용일 확대 등 30~40세대를 겨냥한 현금성 대책을 내놨지만 연간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재원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수도권 철도지하화의 경우 제시된 지역들을 모두 진행하는 건 사업성이 없고 현실성도 떨어진다"며 "대체로 지가가 높은 주요 도심지에서 추진이 가능하겠지만 지하화 후 상부에 남는 공간이 적으면 민자 유치 가능성이 떨어지고 접근성과 주변 도로 시설 등 인프라 구축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울 용산기지창의 경우도 사업비 등 여러 문제로 경부철도 지하화를 못 하는 게 현실"이라며 "철도 지하화는 도로 지하화보다 공학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