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역대 정권들도 시도한 철도 지하화, 왜 실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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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역대 정권들도 시도한 철도 지하화, 왜 실패했나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4.03.10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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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된 사안··· 정권 때마다 예산 및 이해관계 충돌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일제히 도시 철도 지하화 및 주변 부지 통합 개발 공약을 발표했다. 13일 서울 용산역 인근 철도 위로 기차와 전철이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일제히 도시 철도 지하화 및 주변 부지 통합 개발 공약을 내놨다. 서울 용산역 일대 지상 철로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총선을 앞두고 철도 지하화 공약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매번 선거철마다 여야·좌우 할 것 없이 들고 나오는 해묵은 이 이슈는 수십년째 추산조차 어려운 천문학적인 사업비와 소요 기간 등으로 인해 추진 단계에서 번번이 좌절됐다.

공약 남발에 앞서 면밀한 분석 작업이 선행되지 않는 한 이번에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한 달여 앞둔 가운데, 정치권에선 철도 지하화를 둘러싼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여야 모두 도심 철도 지하화로 확보되는 지상 부지를 여가·문화 공간이나 주택 또는 지역 랜드마크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문제는 이번에도 추산 사업비 규모가 천차만별인 데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도 쏙 빠져있다는 점이다. 철도 지하화 공약은 역대 총선·대선에서 단골 메뉴처럼 나왔지만, 아직 사업 착공조차 못한 이유는 천문학적인 사업비를 충당할 방안이 없어서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시절 서울시와 안양시 등 일부 수도권 지자체에서는 경부선 KTX 일부 노선 지하화를 추진했으나, 당시 국토부와 코레일 등이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반대해 무산됐다.

경부선 지하화의 경우 정권이 바뀐 뒤에도 계속 제기돼 왔다. 그럴 때마다 지역 형평성 문제에 따른 지하화 영역 확장 문제와 정치논리 등에 의해 지지부진하다 올해 1월에 들어서야 철도 지하화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관련 논의가 제기된지 10년이 넘어서야 첫 발을 뗀 셈이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자체장들은 소속이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른 터라 계획은 물론 예산 잡는 단계부터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예상 소요 비용은 산출기관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최근 국토부가 내놓은 '교통 3대 전략'에서 철도·도로 지하화 사업비는 65조2000억원이다. 반면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철도 지하화 사업비는 ㎞당 4000억원 정도, 전체 80조원 내외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와 정치권에서 나온 60~80조원 재원은 결국 추산치에 불과하고 실제 지하화 공사 과정에서는 몇 배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번 서울·수도권 등 철도 지하화는 제시된 지역들을 모두 진행하는 건 사업성이 없고 현실성도 떨어진다"며 "지가가 높은 주요 도심지에서 추진이 가능하겠지만 지하화 후 상부에 남는 공간이 적으면 민자 유치 가능성이 떨어지고 접근성과 주변 도로 등 인프라 구축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서울 시내 용산기지창도 사업비 등 여러 문제로 지하화를 못 하는 게 현실"이라며 "철도는 도로보다 공학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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