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임식에서 신·구·미래 수장 교차 눈길
[매일일보] 염수정 추기경(71)이 바티칸에서 열린 서임 예식에서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로 가톨릭 교회 추기경에 공식 임명됐다.
22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는 염 추기경을 비롯한 19명의 새 추기경의 공식 임명을 알리는 서임식이 거행됐다.
프란치스코 1세 교황은 신임 추기경들에게 순교자의 피와 추기경을 상징하는 진홍색 주케토(성직자들이 쓰는 원형 모자)와 비레타(주케토 위에 쓰는 삼각모자) 그리고 추기경 반지를 수여했다. 서임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성과 봉사의 삶을 살아줄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세속적인 것이 정신을 지배하면 질투와 경쟁, 대립만이 남는다"며 "추기경들이 화합의 가치를 지켜주기를 바란다”며, “전쟁과 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평화와 화해가 있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이날 추기경 서임식에는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16세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서임 예식 중에는 어떠한 박수와 환도도 금지됐지만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입장을 할 때와 한 추기경의 연설에서 그의 이름이 언급됐을 때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로 전임 교황을 환영했다.
지난해 2월 자진 퇴위한 이후 은둔생활을 해온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날 서임식이 열린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은 신·구(新·舊) 그리고 미래의 교황이 함께 한 자리가 됐다.
베네딕토 16세가 건강상 이유로 자진해서 사퇴한 것은 600년 만에 처음 있었던 일로,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이후 첫 추기경 서임식에 참석한 것은 차기 교황을 선출할 권리를 가진 새로운 추기경들에 대해 전임 교황이 동의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아울러 추기경 임명이 교황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라고 할 때 두 명의 교황이 추기경 서임식에 자리를 함께한 것은 현재 바티칸 내부에서 비록 공간은 다르지만 2명의 교황이 같이 생활하는 현실이 좀 더 발전된 형태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두 교황은 지난해 여름 바티칸 정원에 열린 새로운 동상 제막식에 함께 참석했다고 AP는 보도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오는 4월 27일로 예정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요한 23세의 시성식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서임식장에 베네딕토 16세가 수행원들과 함께 입장하자 성당에 있던 신자들은 박수로 환영했으며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은 손을 흔들며 조용히 이에 응답했다.
다른 18명의 추기경과 같이 추기경에 서임된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장관도 서임식 진행 사회를 보면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에게 “참석해줘서 감사하다”고 인사말을 먼저 건넸고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서임식을 위해 단상에 오르기 전 맨 앞줄에 앉은 베네딕토 16세를 포옹하며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