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낮은 자세로 국민께 절박하게 호소해야"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4월 총선에서 '박빙 열세론'을 꺼내 들며 신중 모드에 들어갔다. 불과 닷새 전만 하더라도 '최대 153석+α'를 예측하며 과반 승리를 점쳤지만 '이종섭·황상무' 논란으로 국민의힘이 자중지란에 빠지자 지나친 낙관론이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표정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특별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저들(국민의힘)이 드디어 엄살 작전을 시작했다"며 "얼마 전까지 170석, 180석이라는 이야기를 하더니 갑자기 90석도 못 할 것 같다고 역결집을 노리고 엄살을 피우기 시작했다. 절대로 속으면 안 된다"며 '민주당 과반 위기론'을 꺼내 들었다.
이어 "우리는 1당이 현실적인 목표"라며 "반드시 1당을 지켜야 하고 좀 더 나아가서 정말 낮은 자세로 국민께 절박하게 호소해서 과반수를 지켜내야 한다"고 몸을 사렸다.
이 대표는 "과반수가 최대 목표"라며 "절박한 심정으로 위기의식을 가지고 국민들께 호소해서 1당으로 과반수를 반드시 지켜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전날 강원 춘천중앙시장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선거는 쉽게 낙관하기 어려운, 참 어려운 선거"라면서 "민주당이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는 1당이지만, 정치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자세를 낮췄다.
김민석 당 총선상황실장도 같은 날 열린 선거대책위 본부장단회의에서 자칫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는 후보자들의 태도를 경계했다.
김 실장은 "현재의 판세는 매우 유동적이고 빡빡한 백중세"라며 "151석을 현재 여전히 최대의 희망 목표로 보고 있지만 실제 현실은 지역과 비례를 포함해 1당 확보가 매우 힘겨운 '반집 싸움' 상태"라고 말했다. 반집 싸움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초박빙 승부를 말할 때 쓰는 바둑 용어다.
그러면서 “상임 선대위원장단이 심도 깊은 분석과 토론을 했는데 최대 153석까지 전망하는 것으로 보도된 희망치는 현재로선 최대의 희망일 뿐이란 판단을 내렸다”며 “당원과 지지자 그리고 심판을 희망하시는 국민 여러분께 긴장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몸 사리기’는 불과 닷새 전에 ‘최대 153석 + 알파’를 전망한 것과는 큰 온도 차이다. 지난 15일 한병도 총선전략본부장은 당 지지층 결집과 여당의 한동훈 한계론 등을 언급하며 최대 153석 플러스알파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당 지도부가 일제히 ‘톤 다운’에 들어간 것은 자칫 이러한 전망이 오만함으로 비치며 여권 지지층 결집과 중도층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민주당이 공천 파동 내홍에 빠졌던 지난 2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지역구 150~160석'이라는 낙관론이 나온 바 있다.
당시 경기 안산상록갑 공천을 받은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50석에서 160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계파 간 공천 갈등과 정권심판론의 약화에 근거를 둔 발언이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의 등장과 이종섭·황상무 논란으로 정권심판론이 반등하면서 낙관론은 국민의힘 위기론으로 돌아왔다. 리얼미터 2월 4주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43.5%, 민주당은 39.5%의 지지율을 보였지만, 지난 18일 3월 2주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37.9%, 민주당 40.8%로 역전됐다.
한편 2월 4주 조사는 2월 22~23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 응답률 3.7%였고, 3월 2주 조사는 지난 14~15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 응답률 4.2%였다. 두 조사 모두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고, 그 밖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확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