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초고령사회 생태계 조성에 역할해야"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정치권에서 잇달아 실버타운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분양형 실버타운 등이 분양사기 등에 연루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관련 법규를 세밀히 다듬어 재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까지 전국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은 총 39개소로 884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올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993만명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1100여명 중 한명꼴로 실버타운을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5년 폐지된 분양형 실버타운 제도 재도입을 검토 및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분양형 실버타운은 2010년대 들어 분양형 시니어타운이란 이름으로 집중 공급됐지만 고령층이 아닌 일반인에게 분양하는 식의 사기가 기승을 부렸고, 전매로 이어지면서 투기수요가 유입되면서 정부가 임대형만 지을 수 있도록 제한했다.
분양형은 임대형보다 사업자가 자금을 회수하는 기간이 짧아 공급에 장점을 가지지만 이를 규제하면서 실버타운 공급 자체가 정체됐다. 사업자와 운영사들 역시 초기자금부담이 커진 만큼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공급했고 고령인구 증가 속도와 수요보다 공급 속도가 뒤처졌다.
정부도 앞서 분양형 제도에서 발견됐던 부실운영과 분양 사기, 투기 수요 유입 등을 차단하고자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화 및 보완 방안 마련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분양형 실버타운 활성화는 노인들의 삶과 복지 차원에서는 좋지 않고, 예전에 되풀이됐던 사기나 부작용이 재연될 확률이 높아 이를 막기 위해 건축은 민간에서 하게 하되, 운영과 관리는 국가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실버타운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기 때문에 모두 통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민간업자 중심보다는 공공의 복지를 위해 정부가 노인복지주택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최근 식당 미운영 등 복지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거나, 아파트와 같은 구조로 설계돼 고령인구가 거주하는 데 부적합한 사례도 많다는 점이다.
김영선 경희대 노인학과 교수는 “관리 소홀로 인해 실버타운에 입주해서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업체들은 명확하고 강력하게 규제를 해야 한다”면서도 “급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공급 능력이나 문화가 자리잡지 않은 만큼 정부에서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실버타운 내 노쇠 예방 및 치매 서비스, 식사와 안전 문제 등을 충실히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거나 내부적인 자정작용을 통해 서비스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서비스질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월 평균 관리비가 500만원에 달하는 고가형 실버타운도 상당수 존재해 재정적 부담을 느끼는 고령인구도 상당하다.
실제 서울 광진구 고급 실버타운은 이달 기준 보증금이 10억원에 달하고, 월 이용료와 공동관리비, 세대관리비 등을 합해 한달에 최소 487만원 이상 필요하고 추가 비용을 고려하면 500만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가의 이용료에도 현재 대기 기간은 2년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서울에 위치한 실버타운은 보증금이 약 2~10억원, 생활비가 100만~500만원 안팎으로 고가에 형성돼 있다. 다만 민간이 운영하는 만큼 가격에 대한 규제나 국가적 지원보다는 개인이 경비를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견해도 나온다.
김 교수는 “노인복지주택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 법에 있는 내용으로 보면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며 “국가나 지자체가 주거급여 형태로 지원할 수 있는 분들은 지원을 해줄 수 있겠지만 개인들이 젊었을 때부터 종신보험 등의 보험을 통해 경비를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