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번 총선에서 개헌저지선만 겨우 확보하며 냉랭한 민심을 받아든 국민의힘이 바짝 엎드렸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저부터 깊이 반성한다"며 참패의 탓을 본인에 돌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압승에 따른 '자만 경계령'을 내리면서도 윤석열 정부를 향해 국정쇄신과 영수회담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위원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결과에 고개를 숙였다. 4·10 총선에서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한 다음 날이었다. 한 위원장은 "민심은 언제나 옳다"며 "국민의 선택을 받기에 부족했던 우리 당을 대표해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함께 치열하게 싸워주고 응원해 주신 동료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료 여러분, 당선되지 못한 우리 후보들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어떻게 해야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며 "쉽지 않은 길이 되겠지만 국민만 바라보면 그 길이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날 뜻도 밝혔다.
한 위원장은 '총선 패배에 대통령실과 공동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제 책임"이라며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고, 그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계획과 관련해선 "특별한 계획을 갖고 있진 않고, 어디서 무엇을 하든 나라 걱정을 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정치를 계속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저는 제가 한 약속을 지키겠다"며 향후 정치 행보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은 단독 175석, 범야권 192석을 차지하는 압승에 기뻐하면서도 승리 도취를 경계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민주당에 과반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국민에 사의를 표했다.
당선자들에게는 "당의 승리나 당선의 기쁨을 즐길 정도로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선거 이후에도 늘 낮고 겸손한 자세로 주권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총선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 승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도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잘해서라기보단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국민 염원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서 정부의 흔들리는 국정 방향이 바로잡히도록 제 역할을 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다만 22대 국회에서도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하며 정부를 압박할 힘을 얻은 만큼, 한층 강력한 대정부 견제도 예고했다.
김부겸 위원장은 "(총선 결과에 대해) 대통령실과 내각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국정의 전면 쇄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조속한 시일 내에 이재명 대표를 만나서 향후 국정운영의 방향에 대해서 논의하고 국가적 과제의 해결 방안에 대해서 큰 틀에서 합의해야 한다"며 영수회담 개최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