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골든타임 지난 연금개혁, 우린 어떻게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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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골든타임 지난 연금개혁, 우린 어떻게 기억될까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4.04.1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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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국 건설사회부 기자
나광국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최근 SF 드라마 시리즈를 봤다. 수백년 뒤 지구를 침공한 외계 문명에 대한 이야기로 인류는 외계 문명에 맞서 미래 세대의 평화를 위해 적의 위협으로부터 대응에 나선다. 드라마를 보면서 국민연금 개혁이 당면한 대한민국이 겹쳐 보였다. 저출생 기조에 사회가 더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도 고갈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지난 2020년 출생아수는 사상 처음 20만명대를 기록했다. 사망자수보다 출생아수가 적어지면서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현재 국민연금의 고갈 시점은 2055년으로 예상된다. 저출생이 심각해진 2020년생이 한창 사회에서 일할 35세에 국민연금이 사라지는 셈이다. 국회는 이를 막기 위해 논의 중이지만 고갈 시점을 늦추는데 그쳐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의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보면 국민연금의 현재 보험료율 9%, 기금수익률 4.5% 가정을 유지할 경우 2055년에 소진된다. 이대로라면 2020년생이 65세가 되는 2085년까지 유지하기 위해선 보험료율은 2배 이상 높여야 한다. 이마저도 ‘수령 시작 시점’까지 유지한다는 뜻일 뿐 2020년생들이 생에 국민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단 의미는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 국민연금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신은 높아진 상태다. 지난해 나온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미래사회 성평등 정책의 도전과제: 초고령·4차 혁명 사회의 여성 노후소득 보장’ 보고서를 보면, ‘국민연금 제도를 불신한다’고 답한 20·30대는 전체의 75.6%였다.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는 시민대표단 500명을 꾸려 공개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토론회는 13일과 14일, 오는 20일과 21일 모두 네 차례 열린다. 공론위는 4일간의 토론을 통해 시민대표단의 학습된 여론을 도출해 낼 계획이다. 이 결과는 22일 발표되고, 23일 연금특위에 보고된다. 그로부터 한 달간 여야 논의를 거쳐 국민연금법 개정에 합의해야 연금개혁이 완수된다.

하지만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연금특위가 개혁안을 마련하면 국민연금법 개정을 마쳐야 비로소 연금개혁이 완수되지만, 여야가 신속하게 입법 절차를 진행해 5월 29일인 21대 국회 임기 중 마무리하기에는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이다.

입법까지는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연금특위 차원의 개혁안이 나온다면 22대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갈 여지가 생기지만, 개혁안 마련에도 실패한다면 그간의 논의는 도루묵이 될 수도 있다.

정부 안팎에선 5월에 통과되지 않을 경우 윤석열 정부 임기 중 연금개혁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마디로 대선이 2년이 채 안 남은 상황에서 ‘표가 안 되는’ 연금개혁이 아젠다로 떠올르긴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저출산, 고령화 그리고 연금개혁은 어쩌면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연금개혁 하나의 문제라기 보다는 인구소멸로 들어선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타이밍은 이미 지났다. 이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저출산·고령화·연금개혁을 하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풀어나가는 적극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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