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내홍‧공사비 갈등 등 사업 진행 관건… "정부 역할 중요"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노후계획도시정비법 시행을 앞두고 단지마다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지만 공사비 인상과 건설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사업 진행에 걸림돌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1기신도시를 중심으로 각 단지에서는 선도지구 지정에 대한 관심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주말엔 성남시 분당 정자일로 통합재건축위와 정자동 상록라이프2차 재건축 추진준비위가 선도지구 선정과 관련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오는 28일엔 이매동 아름마을 풍선효(5~7단지)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가 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고양시 등 일부 지역에선 지자체가 사전컨설팅 단지 공모를 진행하거나 주민 간담회를 실시하고 있다. 재건축 사전컨설팅 대상으로 선정되면 시가 기초조사와 타당성 분석 등을 지원해 주민들의 의사결정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27일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이날 특별위원회 구성과 지원기구 지정 등 추진체계를 갖추고 구체적인 사업추진에 착수한다. 국토부는 현재 대상 지자체들과 협의 중인 선도지구 선정 규모와 기준을 오는 5월 공개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선정 기준에서 주민 동의율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세대당 주차장 대수 등 주민 불편 정도와 도시 기능 향상 가능성 차원에서 통합정비 규모 등의 다양한 항목을 논의 중이다.
2027년 첫 착공을 목표로 선도지구 선정과 특별위 구성, 지원기구 지정 등의 절차를 마쳤으나, 일각에선 최근 원자재값 및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4.81로 3년전인 2021년 2월과 비교해 29.97p 가 상승했다. 최근엔 3기신도시 중 사업 추진이 가장 빠른 인천계양지구 공공주택 건설사업의 총사업비가 2년 전 사업계획 승인 당시보다 30%가량 상승하기도 했다.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는 추가분담금이 집값을 상회하는 등 조합원들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5단지는 지난해 말 추가분담금이 5억원으로 추산되면서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는 등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 단지 전용면적 31㎡는 지난 21일 5억1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추가분담금과 집값이 맞먹는 수준이다.
일산신도시 한 공인중개사는 “리모델링 시범사업 컨설팅 결과 분담금이 4억원이 넘게 나와 재건축을 해야 한다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갈등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건물을 아예 새로 짓는 재건축을 하면 추가분담금 규모는 더 크게 나올 수밖에 없어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건설업계의 원가율이 90%대에 육박하면서 민간업체의 참여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비 인상으로 원가율이 높아져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서울에서도 상징성을 갖춘 단지로 선별 수주가 나오고 있어 참여율이 저조할 가능성도 있다”며 “서울 시내 노른자 사업지로 꼽혔던 단지들도 수년째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을 보면 선도지구도 빨라야 10년, 늦어지면 20~30년은 우습게 넘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별법이 있더라도 기존 재건축 단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이 비슷하게 나타나며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조합원들이 일치단결하고 지자체들이 빠르게 인허가를 내줘서 사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해 착공한다고 하더라도 공사비와 추가분담금에 대한 문제가 나올 것”이라며 “5억원가량의 분담금이 나온다고 하면 주민 간 내홍도 나타날 수 있어 선도지구로 지정돼 사업을 빠르게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10년이 넘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가 1‧10대책에서 발표한 12조원 규모의 미래도시펀드를 조성하는 만큼 비용 이슈에 대한 문제는 해소될 것이란 견해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주 계획상의 걸림돌 또는 분담금 등 비용이슈는 정부가 선도지구를 중심으로 펀드를 조성하고 있어 큰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선도지구의 진행 속도와 분위기에 따라 지역 내에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어 선도지구 사업의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리모델링 추진 중이던 단지들이 있어 이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선회할 경우 리모델링으로 쓴 비용에 대한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어 이런 부분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재건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주 문제에 대해서 윤 수석연구원은 "특별법의 지원에 의해서 대규모 이주가 이뤄지는 만큼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나 국토부가 어느정도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주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