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분기 이후 처음 1%대 성장
한은, 내달 연간 전망치 상향조정할 듯
체감경기와는 온도차...기저효과 분석도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수출과 건설투자, 민간소비 등의 호조에 힘입어 1% 이상 성장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다소 올려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예상보다 높은 1분기 성장률에는 지난해 4분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일정 부분 반영된 데다, 이달 2분기 초입부터 이스라엘·이란 충돌로 유가·환율 등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강한 성장세 지속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한은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1.3%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한국 경제가 반도체 수출 개선에 내수 경기 회복까지 겹치면서 지난 1분기 '깜짝' 성장을 이룬 것이다.
특히 2021년 4분기(1.4%)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수출 급감과 함께 2022년 4분기(-0.3%) 뒷걸음친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0.3%) 반등한 뒤 2분기(0.6%), 3분기(0.6%), 4분기(0.6%)와 올해 1분기까지 다섯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 기조를 유지했다.
1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특히 건설투자가 건물·토목 건설이 동반 회복하면서 2.7% 뛰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양호한 기상 여건, 일부 사업장의 마무리 공사 진행 등으로 건설 기성이 늘면서 건설투자 성장률이 큰 폭의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수출도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품목을 중심으로 0.9% 성장했고, 민간소비의 경우 의류 등 재화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가 모두 늘어 0.8% 증가했다. 정부소비 역시 물건비 위주로 0.7% 늘었다. 신 국장은 민간소비 성장에 대해 "소비심리 회복에 대외활동도 늘어난 데다 휴대전화 신제품 출시 등의 영향도 받았다"고 분석했다.
1분기 성장률이ㅣ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크게 웃돌면서, 한은이 기존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2.1%)를 수정할 가능성도 커졌다. 다만, 한국 경제의 수치상 호조는 민생의 체감경기 악화와 다소 온도 차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국민이 느끼는 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이유로는 고물가, 고유가, 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작황 부진에 따른 사과 등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3.1%)과 3월(3.1%)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 후퇴와 주변국 통화 가치 절하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17개월 만에 1400원 선을 터치했다. 설상가상 이스라엘과 중동 충돌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점은 민생고를 가중하는 돌발 변수 중 하나로 꼽혔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 역시 3분기에서 4분기로 더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1분기의 깜짝 성장은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고, 관련 분야가 모처럼 회복된 데 기인한 측면도 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체감 경기에 민감한 민간 소비와 건설 투자의 전반적인 여건이 녹록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분기에 내수가 좋게 나온 것은 앞서 민간 소비가 계속 부진하다가 반등한 측면이 있고 건설 투자에도 기저효과가 있었다"며 "과연 지속 가능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